KIA 헥터가 한국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
이중과세로 연봉의 60~70% 내야
“외국인 평준화로 리그 다양성 실종”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 25일 “재계약 대상자인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로부터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KIA는 일단 헥터를 보류 선수(재계약 대상자) 명단에 포함했으나 그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KIA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팻 딘, 로저 버나디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터라 KIA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다 바꿔야 할 상황이다.
KIA 헥터가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국세청은 2015년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 선수들을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고, 지난 6월 높아진 세율로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헥터는 지난해 연봉(170만 달러·약 19억2000만원) 기준으로 최고 세율(44%)을 적용받아 약 8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지난해까지 외국인 선수는 ‘비거주자’로 간주, 최고 22%의 세율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냈다. 헥터의 경우 세율이 두 배로 오른 데다 지난 2년 치 미납분까지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관계자는 “올 하반기 헥터의 실수령액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헥터의 연봉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200만 달러(약 22억6000만원)다. 헥터가 내년에도 KIA에서 뛴다면 1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도미니카 공화국은 한국과 조세협정이 체결돼있지 않다.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의 헥터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적잖은 세금(30% 이상)을 내야 한다. 헥터 입장에서는 이중과세를 피해 다른 리그 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만하다.
헨리 소사가 LG를 떠난 이유도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소사의 국적이 도미니카 공화국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LG가 재계약을 포기한 건 기량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선수들은 한·미 조세협정에 의해 양국 세율의 차이만큼 세금을 미국에 낸다. 미국 최고 세율이 45%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선수는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사처럼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이 한국에 올 이유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특히 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연봉·계약금·인센티브·이적료를 포함한 총액) 상한이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로 제한되면서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은 더욱 불리해졌다. 100만 달러를 받아도 양국에 세금을 납부하면 실수령액은 30만 달러 안팎으로 줄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년간 한화 이글스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한 윌린 로사리오처럼 메이저리그 경력이 뛰어난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는 앞으로 한국에 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현재 재계약이 확정된 외국인 선수는 제라드 호잉(한화), 제이크 브리검, 제리 샌즈(이상 넥센), 타일러 윌슨(LG) 등 4명이다. 조쉬 린드블럼(두산)과 브룩스 레일리(롯데), 다린 러프(삼성)는 협상 중이다. 나머지 20명가량은 새 외국인 선수로 채워지는데 100만 달러 상한제 탓에 ‘메이저리그급’ 선수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각 구단이 새로 계약했거나 협상 중인 외국인 선수들은 예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선수들이다. 구단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과 효율성을 따지는 팀이 공존해야 하는데 리그의 다양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