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 ‘당구 경력단절’ 딛고 집념의 쓰리쿠션 성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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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여자프로당구 간판 차유람
2015년 결혼…은퇴 뒤 4년 만에 3쿠션으로 복귀
단체전에선 소속팀 웰컴저축은행 선봉
은퇴 뒤 한 번도 큣대 만지지 않았지만
무서운 근성, 집념…“지고는 못살아요”



“저도 놀랐어요. 그게 나오네요.”

2015년 은퇴 뒤 4년간의 공백. 여기에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의 대전환. 휴지기와 변화에 따른 혼돈으로 인한 걱정은 컸다. 하지만 4년 만에 잡은 큐대에서 느낌이 왔다. “너 죽지 않았어!” 그리고 다시 정상급으로 우뚝 섰다.

2일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투어 단체전 4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만난 차유람(33·웰컴저축은행). 이날 단체전 두번째 단식, 네번째 혼합복식에서 맞수 김가영(37·신한금융투자)을 제압해 팀에 승리를 안긴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1~4라운드 단체전 투어 개인 승률 1위(12승6패·66.7%), 3라운드 최우수선수 선정 등 지난해 개인전 투어 복귀 무대에서 세 차례 고배 끝에 1라운드를 통과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소속팀 웰컴저축은행은 현재 2위(8승7무5패)로 그의 공이 크다.

차유람은 성적 반등에 대해 “근성과 집념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일단 승부에 들어가면 지는 것을 싫어한다. 포켓볼 할 때와 환경이 달라도 그 마음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퇴 뒤 단 한 번도 큐대를 잡아본 적이 없는 그의 3쿠션 전환 성공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남도열 피비에이 경기위원장은 “포켓볼과 3쿠션은 완전히 다른 경기다. 차유람은 순간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실제 3쿠션은 경기 방식, 당구대 규격, 작전 등에서 포켓볼과 다르다. 차유람은 “포켓볼은 초반 전략이 그대로 통할 수 있다. 하지만 3쿠션은 초반에 잘 나가다가도 공타가 빈발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끝나 점수 차의 의미가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적응을 끝냈다. 국내 최강인 김가영이 바짝 추격할 때면 흔들리는 듯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가영 언니는 경험이 많고 공 이해도가 높다. 이기고 있어도 안심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나의 플레이에만 전념하면서 쳤다”라고 설명했다. 선배 김가영은 “차유람은 멘털이 강하다. 과감하게 치는 것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프레드리크 쿠드롱, 비룰 위마즈 등 소속팀의 세계적 선수들로부터 듣고, 배우고, 느낀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남자와 여자 선수와의 격차가 있다. 쿠드롱에게 특별한 ‘비기’를 배울 것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기술적인 것보다 당구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고 했다. 단체전 혼합복식 짝인 위마즈와 관련해서는, “호흡이 잘 맞는다. 기술적으로 디테일하게 알려주고 자신감을 북돋워 준다”고 소개했다.

경기에 몰두할 때 그의 눈빛은 강렬하다. 하지만 승부가 끝나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과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표정에 드러난다. 이날 단체전 뒤에도 “당구와 가족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이제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12월 개인전 투어 재개까지 두 달여 시간도 있다.

그렇다고 한가롭게 보낼 수만은 없다. 2013 인천 무도 아시안게임 포켓볼(9볼, 10볼) 금메달을 따내며 김가영과 함께 여자당구의 대표로 각인된 차유람이지만, 아직 피비에이 우승 트로피가 없다. 지난 시즌 개인전 최고 성적은 8강 진출이었다. 그는 “무엇을 해도, 성격대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휴식기에 체력 강화 등 미비점을 보완할 것이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이나 경기에 나갈 때의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독하게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차유람은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당구 애호가들의 영원한 관심인 구력 향상에 대한 조언을 묻자, 그는 “왕도는 없고요. 많이 쳐야 하는데… 당구장 사장님 기쁘게 하는 게 방법일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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