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 하고 도전한거 아니지만, 아쉽죠" 충격의 트리플A 강등, 그래도 고우석은 낙담하지 않았다

[BO]악어 0 4045 0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예상을 못하고 도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맞대결에 앞서 26인으로 구성된 로스터를 발표했다. 어느새 굳건한 주전을 자리매김한 김하성이 포함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명의 이름이 없었다. 바로 고우석이었다.

고우석은 2023시즌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신분조회 요청이 반드시 빅리그 구단과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우석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신호'였다. 이에 고우석은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보기로 결정,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친정 LG 트윈스에 전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우석의 도전이 시작됐다.

신분조회 요청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이 고우석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후의 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고우석을 주목하는 일은 많지 않았고, 이는 실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탠스와 비슷했다. 하지만 포스팅이 마감되기 직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계약에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고우석은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빅리그 계약을 손에 넣었다. 샌디에이고가 제안한 계약은 2년 450만 달러(약 60억원)가 보장되는 계약. 그리고 +1년의 구단 옵션이 실행될 경우 계약 규모는 3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6억원)까지 늘어난다.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의 훌륭한 성적을 남긴 것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의 기대감은 분명 컸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특급마무리' 조쉬 헤이더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하면서 생긴 '뒷문' 자리를 놓고 고우석을 비롯해 마쓰이 유키, 로버트 수아레즈, 완디 페랄타까지 총 네 명의 선수가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마무리 후보에 대해 고우석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시범경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든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선수들 중 가장 늦게 마운드에 올랐지만, 고우석의 데뷔전은 분명 훌륭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를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첫 실점을 기록하게 됐으나,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다시 한번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마무리 자리를 향한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여기서 고우석이 악몽을 겪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5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던 것. 그래도 고우석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서울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31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18일 LG 트윈스와 스페셜게임에서 5-2으로 앞선 9회 세이브 찬스에서 투런홈런을 맞는 등 또다시 불안한 투구를 거듭하면서 고우석의 개막 로스터 합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고우석의 개막 로스터 합류 여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피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샌디에이고는 20일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26인 로스터에서 고우석의 이름을 제외했다. 쉴트 감독은 "투수를 선발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 문을 열며 "고우석은 프로답게 잘 해왔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빌드업이 잘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불펜 투구를 지켜본 결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산하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트리플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든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특히 샌디에이고의 얕은 불펜 뎁스라면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사령탑 또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쉴트 감독은 "고우석이 야구 뿐만이 아닌 문화적인 것에도 적응이 필요했고, 잘 해왔다. 고우석이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됐지만, 컨디션을 더 끌어올린다면 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은 직후부터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아직 메이저리거가 아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스스로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까닭.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고우석은 "어제(19일) 로스터 탈락 소식을 들었다. 감독님께서는 '잘 준비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개별적으로 전달을 받았기 때문에 (김)하성이 형도 기사를 보고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를 먼저 맞게 됐지만,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메이저리그 생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우석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아쉽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상을 못하고 도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 아쉽긴 하지만, 또 준비 잘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