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 이상범 감독, 장신 되는 버튼에 왜이리 목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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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해줄 선수가 꼭 필요하다."

원주 DB 프로미가 8일 열린 서울 SK 나이츠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1차전 승리팀 21팀 중 15팀이 우승을 차지해 71.4%의 확률을 잡은 DB다. 

그런데 이날 DB 승리보다 더 화제가 된 건 DB 이상범 감독의 경기 전 발언. 이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팀의 주득점원 디온테 버튼의 얘기가 나오자 '농담 반, 진담 반'인 듯한 얘기를 꺼냈다.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끝나고 바로 미국으로 갈 것이다. 버튼 집에 간다. 가서 드러누울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프로농구는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계약 제도가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변경된다. DB가 버튼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버튼은 미국프로농구 도전을 선택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과 계약을 맺어도 무방하다. 이 감독은 이렇게 유리할 게 없는 상황에서, 버튼에 정으로라도 호소하겠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버튼에게 미국에 가겠다고 했다. 계약 얘기는 안했지만, 감독이 간다는 데 놀러가겠나. 버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뜻은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했는지, 진짜인지 다시 물었다. 이 감독은 "진짜 간다"고 했다. 매우 중요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우승만큼 중요한 게 버튼 잔류라는 뜻이다. 

이 감독은 버튼에 대해 "야구에서 김응용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 있지 않나.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DB는 이번 시즌 전에도 꼴찌 후보로 꼽혔다. 그만큼 믿을만한 선수가 없었다. 버튼이 이렇게 잘할 지 몰랐고, 두경민이 MVP를 받을지, 김태홍이 기량발전상을 받을지도 알 수 없었다. 윤호영은 부상 회복이 빠르지 않다면 시즌 중반에나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던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생각하고 있다. DB 감독 부임 첫 시즌 엄청난 사고를 쳤지만, 감독은 그 다음 시즌을 망치면 전년의 영광은 금방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DB는 오랜 세월 간판 역할을 했던 정신적 지주 김주성이 은퇴를 한다. 든든한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도 마찬가지다. 은퇴를 안하더라도 키가 커 한국에서 더이상 못뛴다. MVP 두경민과 좋은 기량을 선보인 서민수가 군에 입대를 한다. 이번 시즌 좋은 성적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도 후순위다. 이 감독이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라커룸에서 빠져나갈 선수들의 이름을 보더니 "내년에는 정말 힘들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득점을 만드는 버튼은 꼭 필요한 존재다. 정규리그 54경기 평균 23.52득점 8.6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38득점 14리바운드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버튼은 키가 1m92로 이번 시즌까지는 단신 외국인 선수였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장신 외국인 선수로 분류된다. 김주성과 벤슨의 이탈로 장신 센터를 뽑아야 하는 이 감독 입장에서 버튼은 주저할 수 있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장신, 단신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득점을 해줄 버튼이 꼭 필요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렇다면 버튼은 어떤 생각일까. 버튼은 1차전 후 "지금은 챔피언결정전만 생각할 때"라며 말을 아껴 이 감독을 더욱 애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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