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류중일 감독 "톱스타는 주전 밀리면 옷벗어야"

[BO]엠비 0 2144 0


베테랑은 두 가지와 싸운다. 상대, 그리고 세월(혹은 자기 자신)이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베테랑은 선수생활 막바지에 구단 이나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기 쉽다. 리빌딩과 팀 전력을 감안해야하는 구단(감독)은 은퇴를 종용하거나 출전 기회를 크게 줄이기도 한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청주 경기에 앞서 "이승엽, 양준혁, 이종범 같은 대스타들은 주전에서 밀리면 은퇴하는 것이 맞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백업멤버로 밀려 벤치를 지키며 선수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팀으로도 선수 개인으로도 아픔이다. 밀려서 나가기 전에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원래부터 백업 선수라면 몰라도 팀을 대표하는 선수는 마지막 모습도 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안타 신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박용택 얘기가 나와서 꺼낸 말이다. 이날 경기전까지 박용택은 양준혁의 리그통산 최다안타 신기록에 3개 차로 접근한 상태였다. 류 감독은 "도대체 안타를 2300개 이상 치려면 한 해에 몇개를 쳐야 하나? 매년 130개 넘게 쳐야한다. 참 대단한 박용택"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박용택은 올시즌도 베스트의 모습으로 중심타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통산기록을 선수생활 막바지가 아닌 왕성한 시즌을 보내며 경신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류 감독은 "5월에 조금 페이스가 다운됐을 때가 있었지만 내가 해준 것은 없다. 그냥 놔두니 본인이 알아서 올라왔다"고 했다.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베테랑 이승엽을 국내로 복귀시킨 뒤 꾸준히 기회를 준 지도자다. 다른 어떤 감독보다 정상급 베테랑을 아꼈다. 류 감독은 "참 어려운 부분이다. 대스타들이 은퇴직전에 구단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감독도 고민하게 된다. 싹둑 매몰차게 기회를 자르긴 쉽지 않다. (기회를 준 지도자 중 한명 아니었나는 질문에)감독인 내가 비난을 받아야지 어쩌겠나"라고 했다.

덧붙여 LG 트윈스가 이날 경기전까지 팀타율 3할1리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고정 라인업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주전과 백업으로 구분지은 뒤 주전들이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다보니 아무래도 팀타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팀타율 2할8푼1리(7위)였다. LG는 올해 김현수의 합류가 결정적이지만 채은성 양석환 이형종 등 여러 타자들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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