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체크] 'S존 불신' 물어보면 곧바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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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종서 기자] "스트라이크존 물어보면 곧바로 퇴장 아닌가요?"

올 시즌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존'에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선수와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신경전'은 있었지만, 중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시각은 더욱 엄격해지고 예민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두산 오재원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조치를 당했다. 오재원은 "볼 판정에 대해서 물어봤다"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에 KBO는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KBO는 "올 시즌에 앞서 프로야구선수협회와 감독자 간담회를 통해 선수들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항의에 관련해 공지 사항을 공유했다"며 "오재원의 항의는 룰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선수가 볼 판정에 대한 것은 심판에 물어봐선 안 된다. 박종철 구심이 1차적으로 주의를 줬다. 선수가 다시 항의성으로 또 따져 물었다. 퇴장 사항이 맞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재원은 1차적으로 볼에 대해 물어본 뒤 들어가던 중 다시 한 번 발길을 돌려 볼 판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프로야구 규칙 9.02 (a)에 따르면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는 KBO리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 8.02 (a)에도 위와 같은 내용이 명시돼있다. (Any umpire’s decision which involves judgment, such as, but not limited to, whether a batted ball is fair or foul, whether a pitch is a strike or a ball, or whether a runner is safe or out, is final. No player, manager, coach or substitute shall object to any such judgment decisions.) 



 

메이저리그에서 심판을 향해 볼판정에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경우는 더욱 비일비재하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6일(한국시간) 밀워키의 주전 3루수 트레비스 쇼도 스트라이크존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1볼-2스트라이크에서 존 레스터(컵스)의 바깥쪽 낮은 공이 삼진이 되자 격한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덕아웃에 들어간 이후 퇴장 조치가 내려졌다. 오히려 메이저리그가 더욱 엄격한 퇴장룰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선수의 안타 한 개, 홈런 한 개는 연봉과 연결된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재원의 퇴장 조치 이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경기중 심판위원에게 인사 금지'와 '경기중 심판위원에 질의 금지(볼판정 여부, 판정에 대한 어필 등)→감독만이 질의 및 어필 가능하며 선수가 어필할 경우 규칙에 의거하여 퇴장 조치'의 내용이 있는 '선수단 행동지침'을 전달받았지만, 제대로 공지가 안됐고, 특히 판정 어필에 대한 '질의 금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너무 심하게 억압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선수협은 "과연 볼판정에 대한 단순질의 자체가 금지되고 퇴장까지 이어져야 하는 지침이 야구규칙에 충실한 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즉 볼 판정에 대한 질문 자체가 퇴장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에 대한 불합리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KBO와 심판위원회 측은 다소 과장돼 전해진 부분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KBO 고위 관계자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질문이 원천 봉쇄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 심판이 일일이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질의를 막는 것이 아닌 과하게 행동한다거나, 관중을 자극하는 등의 행동이 아닌 상식전에서 행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 역시 KBO와 의견을 같이 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심판도 사람이고 야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규정에 있는 만큼, 대답을 피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물어봤으니 퇴장을 선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재원의 퇴장은, 1차로 물어봤을 때는 퇴장을 선언하지 않았다. 덕아웃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심판에게 어필하자, 그 때 퇴장을 선언했다. 오재원의 거듭 항의는 단순질의라고 볼 수 없는 행위였다. 

최근 2~3년 간 KBO리그는 뚜렷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였다. 좁아진 스트라이크가 한 원인으로 꼽혔고, 존을 넓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국제무대의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들이 고전하면서 공통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넓여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100% 정착보다는 과도기 단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또한 룰을 벗어나 넓히는 것이 아닌, 워낙 좁게 보던 판정을 룰에 정해진 한도까지 넉넉하게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자는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그런 부분이 없어져야 한다. 아무래도 한 타석 한 타석 너무 집중하다보니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데 유독 자기만 더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이제는 선수들이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팀 뿐만 아니라 타 구단 선수 더 나아가 선수협 차원에서 각 구단 대표 선수들에게 이렇게 하자고 명백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아울러 김풍기 심판 위원장 역시 지난해 "넓게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넓어진 존에 불만이 생기면서 위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라며 "좀 더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계속된 불신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게 된다. 심판도, 선수도 모두 서로 동업자의 자세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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