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이 뒤집고 김광현이 끝낸 한국시리즈 그 순간
SK 네 번째 우승 일군 투·타 주역
한, PO 5차전·KS 6차전서 결승포
김, 마무리 등판 시속 154㎞ 찍어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은 연장 13회에 결정됐다.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4로 맞선 13회 초 한동민(29)이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고, 13회 말 김광현(30)이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만약 한동민과 김광현이 없었다면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둘은 포스트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동민은 왼쪽 발목 인대 파열, 김광현은 왼쪽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었다.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간 SK는 NC 다이노스에게 지고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가을야구가 허망하게 끝난 걸 지켜본 둘은 “반드시 내년에는 건강하게 복귀해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둘은 다짐을 실천했다.
올해 41홈런을 친 한동민이 주목받은 건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 말 돌아온 한동민은 지난해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94, 29홈런, 73타점으로 활약했다. 키(1m90㎝)에 비해 마른 편이었던 그는 상무 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워 당당한 체격(95㎏)으로 변신했다. 비약적으로 좋아진 파워 덕분에 거포로 변신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타자처럼 힘이 좋아 ‘동미니칸’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래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최정(31)을 넘어서는 건 먼 일처럼 보였다. 최정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3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 자유계약선수(FA)로 SK와 4년 총액 86억원에 계약했는데, 당시 FA 역대 최고금액이었다. 올해는 허벅지 부상으로 115경기에 출전했지만 35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만큼은 한동민의 한 방이 눈부셨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 한동민은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타율이 1할대로 부진했다. 마음 고생이 심해 플레이오프 동안 체중이 5㎏이나 줄었다. 한동민은 “드라큘라에게 피를 쪽쪽 빨린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동민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0회 끝내기 홈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3회 결승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두 방으로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한동민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결승포를 날렸을 때 순간 시청률은 20.54%(KBS)였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결정적 한 방으로 한동민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동민은 “우승을 TV로만 봤는데 직접 하니까 무척 좋다”며 “(김)광현이 형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걸 보고 외야에서 마운드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첫 시즌이었던 김광현을 구단은 애지중지 관리했다. 하지만 가을야구가 시작되고 나선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던져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선발등판했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팀이 지자, 본인은 물론 동료들에게 이겨야 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금고에 보관하던 우승반지 3개(2007, 08, 10년)를 꺼내왔다.
김광현은 6차전을 앞두고는 “오늘 새 우승반지를 가져가겠다”며 혼신의 투구를 다짐했다. 5-4로 앞선 13회 말, 시속 154㎞짜리 직구를 던져 두산 4번 타자 양의지를 돌려세운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김광현은 “나도 내 공을 믿고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