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만큼 성숙해진 고우석 “지는 게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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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잠실 이혜진 기자] “무조건 이긴다.”

포스트시즌에선 내일이 없다. 매 경기 총력전이다. 특히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마무리’ 투수들의 긴장감은 상상 이상일 터. 공 하나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고우석(22·LG) 역시 가을무대의 중압감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4경기 나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로 좋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0-0으로 맞선 9회말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패전을 떠안은 기억도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보다 단단한 모습으로 두 번째 가을을 맞이한다.

“지는 게 너무 싫다.” 승리라는 두 글자만 머릿속에 새겼다. 2년 연속 가을축제에 초대됐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SK에 패하며 2위에서 4위까지 추락했다. 개인적으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창원 NC전에서 투구 도중 발목 이상을 느낀 것. 고우석은 “수술을 2번한 뒤로는 몸에서 소리가 나면 겁난다”면서 “(팀이) 높은 곳을 바라보다가 떨어져서 속상하긴 했다. 한 번 경험 했으니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올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왼쪽 무릎 수술로 늦게 출발했다. 복귀 후에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고우석은 “작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순탄하게 오다 시즌 막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잘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초반 힘들었다. 잘 나가다 페이스가 떨어지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된 것 같다. 경기를 운영하는 노하우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고우석은 최근 슬라이더 비중을 늘렸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거나 결정구로 활용하는 모습 또한 종종 눈에 띈다. 고우석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함께 구사하면서 둘 다 효과를 보고 있다”고 웃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고우석은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것을 기억하면서 자신감 있게 부딪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고우석은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층 더 풍성한 가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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