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개막전 1번타자' 감독 못박았다 "못할 이유가 없다"... ML 한 경기도 안 나왔는데 기대감 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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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25)를 괜히 거액에 영입하지 않았다. 사령탑부터 다음 시즌 이정후를 중요한 위치에 기용할 전망이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22일(한국시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2024시즌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멜빈 감독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1번 타자는 이정후가 해봤던 경험이 있어 편할 것이다"면서 "지금으로선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를 개막전 톱타자로 기용할 뜻을 과감히 드러낸 것이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162경기 중 97경기에서 1번 타순에 나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29)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웨이드는 올해 135경기에서 타율 0.256 17홈런 45타점 2도루 OPS 0.790의 성적을 올렸다. 출루율이 0.373으로 타율보다 0.1 이상 높은 기록을 내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비슷한 타율(0.253)에도 출루율은 0.326으로 낮았던 만큼 이 기세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이정후의 활약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던 멜빈 감독은 화상통화를 통해 그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훌륭한 인성이 보였고, 샌프란시스코의 일원이 되는 것에 만족했다"면서 "나에게나 우리 팀에나 모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의 영입은) 오프시즌의 만족스러운 출발을 알렸다"며 기뻐했다.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로 나서리라는 전망은 이미 구단 수뇌부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로 기용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신뢰를 보냈다. 여기에 현장에서도 이정후에게 믿음을 준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MLB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예상 선발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이정후를 전격적으로 리드오프에 배치했다. 그만큼 모두가 입을 모아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멜빈 감독이 이정후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입단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2003년 시애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멜빈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5~200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2011~2021년), 샌디에이고(2022~2023년)에서 지휘봉을 잡은 베테랑 감독이다. 스즈키 이치로(50),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등 다양한 아시아 선수들과 호흡하며 이해도가 높다. 특히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28)을 주전 선수로 믿어주며 성장을 이끌었다.


김하성은 빅리그 첫 시즌(2021년)만 해도 백업 내야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이듬해 부임한 멜빈 감독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의 부상 공백을 메울 유격수로 김하성을 낙점했고, 150경기에 나와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12도루 OPS 0.708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어 올해는 베테랑 유격수 잰더 보가츠(31)가 왔음에도 김하성을 2루수 주전으로 내세웠다. 믿음에 보답하듯 김하성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 0.749의 성적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에 현지에서는 이정후가 새 둥지를 찾고 있을 때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줬다. 지난 두 시즌 김하성의 성공은 샌프란시스코가 중견수 해결책으로 이정후를 유력하게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면서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점쳤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기존의 활약상을 토대로 이정후는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5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09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88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68억 원)를 받는다.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인 선수라고는 2017년 황재균(36·현 KT 위즈) 단 한 명만 뛰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꾸준히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장급 스카우트를 여러 차례 파견해 이정후를 관찰했다. KBO리그 시즌 중에도 고척스카이돔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등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정후를 면밀히 지켜봤다. 키움의 2023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이정후가 한 타석밖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찾아 부상 복귀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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