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인정한 타격천재 KIA 신범수 포지션 바꾼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김기태 감독이 고졸 3년차 포수 신범수(20)의 포지션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본인과 면담을 통해 어느정도 공감을 나눴다. 뛰어난 타격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신범수는 내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도 신범수가 KIA 타선을 이끌 재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 3월 “(신)범수는 타격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내 스무살 때를 돌아보면 범수의 반도 안되는 실력이었던 것 같다. 포지션을 바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우면 타격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기만의 타격 이론도 정립돼 있고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도 남다르다. 다만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에 나가기 어렵다. 최형우는 “(신)범수가 포수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였다면 이미 주전을 꿰찼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올해 퓨처스리그 70경기에 출전해 홈런 4방을 포함해 30타점 타율 0.324를 기록했다. 1군에는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머물다 9월 확대 엔트리 때 다시 합류했다. 19경기에서 26번 타석에 들어섰고 4안타 4타점 타율 0.160을 기록했다. 사실상 1군 데뷔무대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스윙 하나만큼은 야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교체투입 돼 생애 첫 안타를 때려냈다. 이 때에도 이범호 안치홍 등이 “타격 재능만큼은 타고 났다”며 신범수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김 감독도 일찌감치 신범수의 가능성을 내다보며 포지션 변경 시기를 고심해왔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김 감독은 “단신 1루수로 변신시켜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훈련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 중 150㎞짜리 빠른 공을 이겨내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신)범수는 타구가 튕겨져나가는 속도가 다르다. 마무리 캠프에 와 있는 선수 중 타격 능력만 놓고보면 범수가 으뜸”이라고 밝혔다. 올해까지는 퓨처스에서 경험을 쌓고 경기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팀 리빌딩 준비를 위해 1군에서 중용해야 한다. 신범수의 타격재능을 극대화하려면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하다. 1군에는 김민식 한승택도 있고 백용환도 경쟁 중이다. 냉정하게 보면 신범수가 앉을 자리가 없다.
하지만 내야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전 1루수 김주찬이 매년 크고작은 부상으로 쉴 때가 많다. 이범호의 수비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유틸리티 최원준도 있고 1군에서 깜짝 활약을 한 류승현 정도가 백업 경쟁을 펼치는 수준이다. 이 자리에 신범수가 들어가면 내부 경쟁이 뜨거워진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에게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선수 중에 너만큼 기회를 받으면 너정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선수가 많다’로 얘기해줬더니 긴장하더라”며 웃었다.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드는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을 올해부터 준비해야 한다. 신범수가 그 선두주자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