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률·김재환 공백에…‘압도적’이던 두산, SK에 압도당했다
ㆍ불펜 운용 어려움·주포 공백 겹쳐
ㆍ마운드 약세 느낀 타자들 ‘자멸’
ㆍ미디어 등 외부 시선 지나친 의식
분명했던 건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인 두산의 우승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2위 SK와의 간격을 무려 14.5게임 차로 벌려놓을 만큼 기본 전력이 압도적이었던 데다 단기전 필승 조건인 선발 원투펀치와 큰 경기 경험, 야수진의 다양한 옵션도 갖춰놓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이 SK와 벌인 한국시리즈는 대다수 관계자가 예상했던 판도와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한국시리즈 전적 2승4패. 이를테면 정규시즌(93승51패)에서 내신 만점을 받아놓고, ‘수능’에서는 50점짜리로 추락한 격이 됐다.
두산도 몰랐던 두산의 빈틈이 나타난 건 구단의 평소 자랑이던 선수층에도 ‘아킬레스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주전 야수 한두 명의 이탈로는 문제가 없는 팀이었다.
그러나 리그 평균 수준에 머문 불펜 전력의 이탈은 달랐다. 필승조 자원이던 우완 김강률이 부상으로 빠진 것은 예상 외로 큰 구멍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에 선발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선발 교체 타이밍인 6, 7회 불펜 투입을 늦추다 결정적인 점수를 내주는 흐름이 많았다. 지난 4일 잠실 1차전에서 3-2로 앞선 6회부터 7회 1사까지 조쉬 린드블럼이 마운드를 지키면서 3-5로 역전당한 과정이 아쉬웠고, 지난 9일 문학 4차전에서 세스 후랭코프가 투구 수 100개를 향하는 가운데 1-0이던 7회 다시 나와 리드를 빼앗긴 것도 쓴맛 나는 장면이 됐다.
이는 문학 3차전 이후 주포 김재환의 부상 공백과 연동돼 더 큰 구멍이 됐다. 6경기 팀타율 2할4푼9리로 득점력이 뚝 떨어지면서 두산은 투수 운용에 여유를 잃었다. 반대로 타자들은 불펜의 약세를 느껴서인지 평소보다 급하게 움직이다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이 문학 5차전 이후 2승3패로 밀린 가운데 이동일을 하루 보낸 것도 ‘독약’이 된 듯하다. 두산의 졸전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의 평가가 이틀에 걸쳐 노출된 가운데 팬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외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김 감독은 선수단 미팅까지 했다.
한 시즌 내내 칭찬을 받던 두산 선수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이 아니었다. 승부처마다 급하게 서두르는 장면도 많았다. 6경기에서 병살타가 7개 나왔다. 팀배팅 능력이 있는 박건우와 허경민이 2개씩 기록한 것은 낯설었다. 올 정규시즌 동안 박건우는 병살타 14개, 허경민은 15개만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