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파격 연봉 삭감이 던지는 의미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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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연봉 ‘배구여제’ 김연경의 나눔과 배려
터키 연봉 18억 받다 친정팀 흥국생명과는 3.5억 계약
샐러리캡 때문에 후배들 챙기느라 80% 삭감 감수
정세균 총리도 노사정회의에서“상생 위한 결단”찬사


[MK스포츠] “김연경 선수가 2021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메달 획득과 함께 구단과의 연봉협상에서 기존 후배 선수들과의 상생을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문체부나 대한체육회 등 체육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회의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지난 6월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8차 노사정 대표자회의 2차 본회의에서 정세균 총리가 “노사정 대표들의 결단을 간곡히 기다린다”며 한 말이다. 이날 회의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회장,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 총리가 이들 앞에서 최근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32·192㎝)을 예로 들며 설득에 나선 것.


김연경은 지난 6월6일 흥국생명과의 2020-21시즌 연봉계약에서 3억5000만 원에 서명했다. 흥국생명의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이 23억 원이어서 6억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이 경우 연봉계약을 앞둔 후배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3억 원이 줄어든 3억5000만 원으로 확정한 것. 김연경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샐러리캡 제도 때문에 내가 많이 받으면 후배들의 몫이 줄어들어 다른 선수들 다 나누고 남는 금액으로 연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금액은 김연경이 지난 2018-19, 2019-20시즌 터키 프로배구팀 엑자시바시에서 받은 연봉 추정액 약 18억 원(130만 유로)의 19.4%에 불과하다.
내년 올림픽 입상위해 국내리그 선택

그럼 지난 2012-13시즌부터 세계 남녀 프로배구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아온 김연경이 이 같은 연봉 삭감을 감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 19사태 때문에 세계 최고의 프로배구 무대인 터키의 프로리그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데다 소속팀 엑자시바시와의 계약이 연장된다해도 기량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훈련이 쉽지 않아 모국의 원소속팀 흥국생명을 선택한 것이다. 배구선수로서 마지막 소원이 올림픽 메달 획득인 김연경은 터키보다는 모국의 프로리그를 뛰면서 후배 국가대표들과 호흡을 맞춰 1년 뒤 올림픽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 본선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쳤으나 남녀 선수 통틀어 1명에게 주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우승도 맛보았으나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80%의 연봉 삭감도 감수한 그의 집념과 후배를 아끼는 나눔과 배려의 미덕이 돋보인다.

김연경은 배구선수였던 큰 언니를 따라 경기도 안산시 안산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원곡중학교 3학년 때까지 키가 170㎝ 정도여서 중학 3년 내내 교체멤버로 전전했으며, 2003년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교)에 진학한 뒤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세터나 리베로로 경기에 출전했었다. 김연경은 이때 배구를 그만두려 했지만 2학년이 되면서 황명석 감독과 박기주 코치가 그의 가능성을 발견, 레프트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때마침 키도 쑥쑥 자라 190㎝ 가까이 되면서 백어택(후위공격)까지 구사하는 등 김연경은 고교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5000만 원 연봉…15년 만에 18억

2005년 여고 졸업반이었던 김연경은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06시즌 드래프트에서 전년도 최하위팀 흥국생명으로부터 1라운드 1순위로 지명을 받아 연봉 5000만 원에 입단했고 2년 연속 팀의 통합우승에 이바지하자 연봉도 9400만 원에 이어 1억2000만 원으로 다시 뛰었다. 2009-10시즌을 맞아 연봉 3억7000만 원에 일본 JT 마블러스로 이적한 김연경은 팀을 일본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2011-12시즌부터는 터키로 무대를 옮겨 페네르바흐체에 둥지를 틀었다. 조건은 연봉 6억2000만 원에 아파트와 승용차는 별도 제공. 김연경이 이후 6년간 페네르바흐체를 터키 여자 프로배구 최강팀으로 견인하자 연봉도 15억 원으로 뛴 뒤 다시 17억 원까지 치솟았다. 2017-18시즌 중국 프로리그 상하이 브라이트 유테스트팀에서 1년을 뛴 김연경은 2018-19시즌과 2019-20시즌에는 터키 엑자시바시 팀으로 이적, 약 18억 원의 연봉을 받고 팀의 터키 컵 2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들어 터키에서도 코로나 19사태가 확산되자 지난 4월15일 귀국, 친정팀 흥국생명에 전격 복귀했다.


김연경 연봉 파격 삭감에 모두가 놀라

2012-13시즌부터 세계 남녀배구 선수 가운데 최고의 연봉을 받아온 김연경은 지난달 SBS 예능프로 ‘집사부일체’에 출연, 제작진이 2005년 5000만 원에 불과했던 연봉이 17억 원으로 뛰었다고 소개하자 “17억 원? 그것 밖에 안될까? 잘 생각해봐”라며 자신의 연봉이 이보다 훨씬 많음을 암시했다. 연봉협상은 항상 비밀리 진행돼 정확한 액수를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연경의 연봉은 세금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22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며, 같은 터키 리그 바키 방크팀에서 활약중인 2016 리우올림픽 우승 주역 주팅(중국)이 17억 원, 터키 프로리그의 조던 라르손(미국)과 나탈리아 곤찰로바(러시아)가 15억 원선에서 김연경의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은 최근 한 방송에서 흥국생명과 연봉 3억5000만 원에 2020-21시즌을 계약한 것과 관련해 “해외의 많은 배구관계자들이 놀라더라”며 “이번 계약이 파격적이었지만 나 자신과 한국배구를 위해서는 잘된 것 같다”고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사실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는 처음으로 경기 중계 평균 시청률이 1%를 넘겨 남자배구는 물론 축구, 야구도 추월해 프로스포츠 1위를 기록했는데 김연경까지 가세해 인기는 더 오를 전망이다.

올시즌 여자배구 흥국생명 독주 유력

김연경의 고액 연봉에 대해 황명석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장은 “연경이는 세계 최고의 왼쪽 공격수이기도 하지만 서브리시브 등 수비에 이은 2단 연결 토스가 뛰어나다”며 “일본 터키 중국 등 어느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괴력의 소유자여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시즌 국내 여자 프로배구 역시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인 루시아 프레스코(29)가 주전이었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복귀하기 전, 국가대표 ‘쌍둥이 스타’ 이재영·이다영(24) 자매를 잡는 데 성공한데다 김연경까지 합류, 여타 5개 프로배구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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