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kt, 이제야 빛 보는 'KBL의 필라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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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위권 맴돌며 젊은 선수들로 팀 개편…2위 돌풍

지난 시즌 1, 2순위에 올해도 1순위 지명권 획득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부산 kt가 20일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꺾고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자 사람들은 '벌써 지난 시즌 승수를 다 채웠다'며 신기해했다.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르는 시즌에서 10승은 시간이 문제일 뿐 어느 팀이나 다 하는 것인데도 이날 kt의 10승에는 유독 언론이나 팬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이유는 바로 직전 시즌에 kt가 10승 44패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이미 정규리그 순위가 다 굳어진 최종전에서 승리해 가까스로 10승을 채웠던 kt가 이번 시즌에는 불과 16경기 만에 10승 고지에 오르면서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kt는 2014-2015시즌부터 4년간 순위가 7, 7, 9, 10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에는 구경꾼 신세였다. 

그것도 매 시즌 초반에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가 시즌 막판에 힘을 내는 식이어서 kt 팬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미국프로농구(NBA)에도 이와 비슷한 팀이 있다. 바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다. 

2013-2014시즌 19승 63패로 동부 콘퍼런스 15개 팀 가운데 14위를 시작으로 2014-2015시즌 18승 64패(14위), 2015-2016시즌 10승 72패(15위), 2016-2017시즌 28승 54패(14위)로 계속 바닥을 기었다. 

부진 덕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들을 계속 수집했다. 이때 필라델피아가 영입한 선수들이 이번 시즌 팀의 간판으로 맹활약 중인 조엘 엠비드, 벤 시먼스를 비롯해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잘릴 오카포, 마켈레 펄츠 등이다. 

필라델피아 팬들은 팀이 하위권을 맴돌 때도 '우리는 과정을 믿는다'며 팀의 리빌딩 작업에 신뢰를 보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52승 30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번 시즌에는 동부 콘퍼런스 우승 후보라는 평까지 듣는다.  


 


kt도 마찬가지다. 물론 필라델피아처럼 '우리는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이라며 노골적으로 당장의 성적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나 하위권에 머무는 동안 착실한 '장기 프로젝트'를 세우며 때를 기다렸다. 

최현준 단장, 오경진 사무국장 등 사무국에서는 전임 조동현 감독과 함께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젊은 팀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지난해 1월 팀의 간판이던 조성민(35)을 창원 LG에 내주고 김영환(34)을 받아온 것이 팀 개편의 시발점이었다. 

조성민보다 한 살 어린 김영환을 젊은 후배들을 이끄는 베테랑 리더십의 소유자로 점찍었고, 이때 LG로부터 함께 받아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은 허훈, 양홍석의 1, 2순위 동시 지명이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2017-2018시즌이 끝난 뒤 kt는 서동철 감독을 영입하며 팀 스타일에 맞는 지도자와 손잡았다. 

서 감독은 군팀인 상무, 여자팀 국민은행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로 강하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적임자로 평가됐다. 

지난해 11월 안양 KGC인삼공사와 트레이드를 통해 이재도(27), 김승원(29)을 내주고 김기윤(26), 김민욱(28)을 받아온 kt는 또 삼성에는 김현수(28)를 주면서 신인 지명권 우선순위를 약속받는 등 선수단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kt는 또 이광재, 박상오, 천대현 등 베테랑 고참 선수들을 내보내는 대신 외국인 선수에 경험이 풍부한 마커스 랜드리(33)를 낙점했는데 이것이 또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물론 이 과정에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철호, 김기윤이 비시즌 기간 교통사고를 내면서 이번 시즌 전력 외로 분류됐고, 허훈의 부상에 조엘 헤르난데즈는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속을 썩였다. 

하지만 헤르난데즈를 시즌 초반에 데이빗 로건으로 교체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고 박철호, 김기윤의 빈 자리는 김민욱, 박지훈 등이 메우면서 팀의 시즌 초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운이 따랐는지 올해도 26일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kt의 미래는 그만큼 더 밝아졌다.  


 


kt의 돌풍에 부산 팬들도 조금씩 관심을 다시 두기 시작했다. 

큰 체육관 규모 때문에 빈자리가 더 눈에 잘 띄는 사직체육관에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 시즌 대비 관중이 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에는 서동철 감독이 소외아동들을 위해 1천만원을 기부했고, 김영환, 김현민, 김종범 등도 초록우산재단에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좋지 못한 팀 성적 탓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도 드러내놓고 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팬들이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많이 바라게 된 셈이다. 

kt가 이번 시즌에 최근 몇 년간 와신상담하며 별러온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인지 농구 팬들의 관심이 '서동철과 아이들'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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