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한숨 삼킨 황선홍 감독 "축구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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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8개월 만에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서 물러나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8개월 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하나금융재단이 기존의 대전시티즌을 인수, 기업구단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던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 1월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황선홍 감독을 초대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축구판에 떠돌던 '허정무 이사장+황선홍 감독' 화려한 조합이 공식화 되던 순간이다.

창단식에서 황 감독은 "초대 감독을 맡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새로 태어나는 팀이라 더더욱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선수들, 구단 프런트까지 삼위일체가 돼 '축구특별시'라 불리던 대전의 명성을 찾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어 "팀은 미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전하나시티즌의 비전이나 미래가 상당히 매력 있었다. K리그 정상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하게 나가자는 것에 공감했다. 나 역시 그런 팀을 갈망했다"면서 "책임감이 상당히 크다. 시도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좋은 선례로 남겨야 한다. 대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되도록 하겠다"고 감독제의 수락 이유와 각오를 피력했다.

FC서울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이후 중국에서 모색하려던 길도 꼬이며 한동안 현장에서 멀어졌던 황선홍 감독이 대전 사령탑 부임과 함께 강한 의욕을 품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돌연 '스스로 물러났다'는 의미의 사임 발표가 나왔다.

취임 후 약 8개월이 흐른 지난 8일, 대전하나시티즌 측은 황선홍 감독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지난 6일 부천과의 홈경기(1-0 승)를 마친 후 황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구단과 상의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사임'이나 황 감독이 스스로 떠났다고 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18라운드가 끝난 현재 대전하나시티즌은 8승6무4패 승점 30점으로 제주(승점 35), 수원FC(승점 33)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종료(27라운드)까지는 9경기가 남은 상황.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레이스다.

한 축구인은 "내부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겠으나 우승 경쟁을 펼치는 위치에 있는 팀의 감독이 스스로 물러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전은 당장 다음 라운드(13일)에 제주와 맞대결을 펼친다. 부천전 승리 후 황 감독 스스로 '제주전을 반드시 승리해 선두 경쟁에 불을 붙이겠다'는 각오까지 전했는데, 이 중요한 타이밍에 무책임하게 떠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천전 다음날 오전에 구단과 황 감독이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안다. 그 자리에서 황 감독이 물러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귀띔했다. 부천전이 1-0 승리로 끝났으니 사실상 그 이전에 감독 교체가 내부적으로 결정됐다는 방증이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시각이 축구판에 팽배하다.


사임과 관련해 말이 많이 나도는 가운데 황선홍 감독은 "그저 축구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황선홍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는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세상일이라는 게 그러려니 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해탈한 듯 괴로운 듯 말한 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라 본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지 누굴 원망하고 탓하겠는가"라면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결정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소인배는 아니지만 아쉬움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대전에서의 새 출발은 황 감독에게도 소중했던 도전이다.

황선홍 감독은 "잘했어야 했던 일이다. 대전이라는 팀이 자리를 잘 잡도록 내가 잘했어야하는데 미안하다. 후배들에게도, 축구를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 "대전 구단의 성패가 나중에 축구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더 잘해보려 했는데 내 마음처럼 안됐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질문을 던졌으나 황선홍 감독은 부러 즉답을 피하거나 화제를 돌리려했다.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던 그는 '뒤따라 걷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에 속내를 담았다.

황선홍 감독은 "좀 길게 바라봐야하는 일들이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며 한숨을 삼킨 뒤 "축구하는 선배들이 좋은 풍토를 만들어놔야 이 길을 따라 걷는 후배들도 영향을 받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거듭 아쉬움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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