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염원' 롤렉스 시계, 왜 MVP 오지환은 고사했나…"선대 회장님 유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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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롤렉스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선대 회장님 유품이라서."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33, LG 트윈스)은 13일 29년 우승 염원이 담긴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되고도 마냥 웃지 못했다. 2018년 별세한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구본무 선대 회장은 1994년 LG의 역대 2번째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뒤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마련했다. 아와모리 소주는 'V3'를 달성하는 날의 축하주였고, 시계는 V3를 이끈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어질 선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LG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선대 회장이 준비한 선물은 모두 봉인돼 있었다.

LG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승리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차전 2-3 패배 이후 2, 3, 4, 5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질주하면서 kt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LG는 구단 역대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창단 첫 우승은 1990년 백인천 감독 시절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4전 전승을 거뒀다. 2번째 우승은 1994년 이광환 감독 시절로 태평양 돌핀스를 만나 또 한번 4전 전승을 달성했다. 1990년과 1994년, 그리고 올해까지 3번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LG의 1패 뒤 4연승 질주의 중심에는 주장 오지환이 있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우승 기념 선물 봉인에 앞장섰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의 자격을 갖췄다. 기자단 투표 93표 가운데 80표를 얻어 득표율 86%를 기록했다. MVP 상금은 1000만원이 주어졌다.

우승이 확정되자 LG 구단은 1루 쪽에 있는 식당 한쪽에 롤렉스 시계를 전시했다. 취재진을 통해 전설로 남을 뻔했던 롤렉스 시계의 실물을 최초로 공개한 순간이었다.

오지환은 '롤렉스 시계를 진짜 받게 됐다'는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직접 보진 못했는데 고민이 많다. MVP한테 준다고 하면 받겠지만, 내가 차기는 부담스럽고 선대 회장님 유품이기도 하다.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고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 롤렉스 시계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며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

농담 섞인 진심도 곁들였다. 오지환은 "나는 요즘 시대에 걸맞은 좋은 시계를 받겠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 오지환 아들 오세현 ⓒ곽혜미 기자 

▲ 김인석 대표 염경엽 감독 구광모 회장 차명석 단장 오지환 ⓒ곽혜미 기자 


구광모 회장은 우승 현장을 방문해 선수단과 29년 한풀이를 함께 즐겼다. 구광모 회장은 1차전과 4차전, 5차전까지 모두 3차례 경기장을 찾았는데, 여느 LG 팬들과 다름없이 유광점퍼 차림에 노란 수건을 들고 '무적 LG'를 외쳤다. 구광모 회장은 우승 뒤 선수단 회식 자리에도 참석했다. 오지환은 여기서 구광모 회장에게 롤렉스 시계 전달 의사를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오지환은 우승 소감과 관련해 "정말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 정말 기쁘고 울컥한다. 팀 선배들이 많이 생각나기도 한다. 같이 엔트리에 있는 30명 자체가 많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감독님 말씀처럼 (이날 우승이)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MVP의 원동력이 된 타격감과 관련해서는 "kt 불펜이나 투수들을 봤을 때 직구에 강점인 투수들이 많았다. 불펜이 전부 오른손이고 좌투수도 없었다. 그래서 빠른 구종을 많이 노렸다. (김)현수 형이 시작하기 전에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아쉬운 선택 하지 말고 좋은 선택을 하자'고 했다. 직구를 어이없이 흘려보내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며 직구에 과감히 방망이를 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우승 원동력으로는 도전 정신을 꼽았다. 오지환은 "어린 선수들이나 고참들이나 도전적이었다. (과거) 시리즈에서 떨어졌을 때는 아쉬움만 남았다. 현수 형이 후회없는 선택을 하자고 했던 게 대부분 선수들이 이런 시리즈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긴장이 안 되고 재미있었다. 실수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했고, '그럴 수 있어 끝난 거 아니야' 이런 도전적인 생각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염경엽 LG 감독과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지환은 "올해는 적극적인 게 많았다. 감독님의 적극적인 플레이로 많이 아웃되기도 했고, '이게 뭐야'라고 팬분들도 그랬다. 그런데 주눅들지 않고 선수들이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주축인 선배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시리즈였는데, (문)보경이 (문)성주 (신)민재 (유)영찬이 등이 잘해줘서 선배들이 부담을 덜었다. 신구 조화가 좋았다"며 함께 우승 염원을 푼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구광모 회장 오지환 ⓒ곽혜미 기자 



구광모 회장 역시 벅차기는 마찬가지. 2018년부터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구단주를 맡은 구광모 회장은 우승 확정 직후 "너무나 감격스럽다. 세계 최고의 무적 LG 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다.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단을 향한 박수도 아끼지 않앗다. 구광모 회장은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준 자랑스러운 선수단과 스태프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축하드린다. 오늘(13일) 승리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과 LG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다. 오늘 모두 다 같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구광모 회장은 마지막으로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쳤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LG 팬들도 환호로 화답했다.

오지환은 구광모 회장에게 직접 우승 메달을 걸어주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했다. 롤렉스 시계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구광모 회장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 오지환 ⓒ곽혜미 기자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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