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한 명 바꿨을 뿐인데…수원, 이렇게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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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오래전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문구가 나온 화장품 광고가 큰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새로운 로션 덕에 피부가 좋아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해 8강 이변을 일으킨 수원 삼성에 이 광고 문구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 하나 바꿨을 뿐인데, 팀이 이렇게 달라지네."

지난 9월 수원 레전드 출신 박건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수원과 잡고난 이후 수원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이전 수원의 이미지는 '답답한 수비축구' '쉽게 포기하는 전반 마드리드' 등으로 대표된다. 강등 위기까지 내몰린 수원을 맡아 박건하 감독은 팀 이미지를 '끈끈한 조직력축구' '포기없는 후반 마드리드'로 바꿔놓았다.

지난달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수원은 공수 핵심 타가트, 염기훈, 헨리 등을 부상, 지도자 교육 등의 이유로 대동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이미 1패를 안은 상태여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박 감독은 대회 전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우승 기회의 장'이 아닌 '출전 기회의 장'으로 여기겠다는 생각이 강해 보였다. 십 대 준프로 선수도 대거 데리고 갔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광저우 헝다와의 첫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경기 결과 및 내용에 따라 팀 운영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첫 경기에서 수원은 기대이상 퍼포먼스를 펼치며 '우승후보' 중 하나인 헝다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아쉬운 공격력으로 득점하지 못해 0대0으로 비겼으나, 이 경기가 선수들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수원 관계자는 말했다.

이어진 헝다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1대1로 비긴 수원은 16강 진출을 위해 2골차 이상 필요했던 빗셀 고베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0 승리하며 헝다를 탈락시키고 16강에 극적으로 올랐다. 로테이션이 어려운 얇은 스쿼드로 인해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 체력은 고갈돼 갔지만, 자신감이 올라가고, 조직력이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수원은 16강 요코하마 F.마리노스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는 대역전극으로 8강 티켓을 따냈다. 헝다, 고베, 마리노스 모두 수원보다 전력이 나은 팀이란 평가를 받았다. 만약 60분 경기를 했다면 수원이 어려웠겠지만, 90분 경기에선 수원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수원 내부에선 '대회 전 훈련을 착실히 잘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8강에서 다시 만난 고베. 수원은 전반 김태환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갔다. 승부차기에서 장호익의 실축으로 탈락 고배를 마셨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와 함께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도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극찬했다.

K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수원이 아시아 최고 레벨의 대회 8강까지 오른 비결은 무얼까.

아무래도 박 감독의 원팀 리더십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박 감독은 이달 계약이 만료돼 딱히 동기부여가 없는 임상협(2골) 다루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은 김건희(1골) 출전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던 장호익 등 대부분 선수들 기량의 최대치를 끌어냈다.

박 감독은 부임 이후부터 줄곧 '원팀' '수원정신'을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수원이 그간 드러낸 문제의 원인을 전술, 경기력이 아니라 정신력, 팀웍에서 찾은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 조언을 구했나'란 질문에 스스럼없이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현 축구협회 전무)의 이름을 꺼냈다. 홍 전무와 박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감독과 코치로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때 '홍명보호'가 앞세운 키워드가 '원팀'이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인정하고 팀웍으로 영국 등을 넘어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은 원팀 효과를 몸소 체험한 '1인'이다. 수원 감독 부임 후 기자회견에서도 '원팀'이란 단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신예 수비수 박대원은 16강전을 마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런던에서 익힌 토너먼트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8강의 결실을 맺었다.

부주장 김민우는 14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 감독님이 부임하고 집중력이 달라졌던 것 같다. 전술적으론 조직적인 움직임, 공격적인 움직임을 강조하셨다"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원팀'을 자주 언급하셨다. 선수들은 이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경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따라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프런트는 선수단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스리백의 일원으로 투쟁심 넘치는 모습을 보인 장호익과 대회 도중 재계약을 체결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을 위해선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 '수고했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판단. 이러한 행동은 팀 분위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수원은 18일간의 아시아 도전기를 통해 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팬들이 기대한 건 어쩌면 '우승컵' '특급선수'가 아닌 '다시 영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김민우는 "K리그에서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 이번 ACL에서 보여준 모습을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린 것 같아 홀가분하다. 다음시즌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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