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벵거의 '매니저' 직함 이어받은 아르테타, 진짜 후계자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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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아스널이 아르센 벵거 감독의 뒤를 이을 '진짜' 후계자를 낙점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에게 '매니저' 직함을 부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스널은 11일(한국 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아르테타 감독의 직책명을 변경한다고 알렸다.'헤드코치(head coach)'에서 '1군 매니저(first-team manager)'가 됐다.

두 직책 모두 한국어로 옮긴다면 모두 '감독'으로 번역되지만 책임의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 헤드코치는 선수단의 관리, 훈련, 경기 등 축구 내적인 면을 담당한다. 매니저의 경우 헤드코치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이적, 계약 등 팀 운영에 더 큰 권한을 갖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의 발언을 통해 두 직책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9년 7월 프리시즌 레알마드리드를 1-0으로 꺾은 뒤, 당시 이적 사항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신의 직무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할 당시 '헤드코치'였지만,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2016년 재계약 과정에서 '매니저'가 됐다. 하지만 매니저로서 어울리는 권한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토로한 것이다.

"나는 책임이 없다. 선수들의 상황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 나는 팀을 지도(coaching)할 뿐이다.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 선수를 사고 파는 일, 계약을연장하는 것들의 일들은 내 손에 있지 않다. 그것은 다니엘 레비 회장의 손에 있다."

아스널의 최고 경영자인 빈나이 벤카테샴은 "아르테타는 지난해 12월 부임해 아마도 아스널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9개월을 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앞으로 이끌었다. 팀의 정신을 되살리고, 런던 콘리(아스널 훈련장이 위치한 지역)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분명 대단한 일을 했다.아스널에 합류한 직후부터, 헤드코치를 넘어선 일을 해 왔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직함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아르테타 감독은 1군을 잘 지도했다. 그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하지만 그가 팀에 가져온 것은 훨씬 많다. 그것이 변화의 이유이며 능력에 대한 인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스널이 아르테타 감독을 매니저로 임명한 것은 전술과 훈련을 넘어선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명확한 의사 표현이다.

아르테타는 좋은 헤드코치로서 역량을 입증했다.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 아스널의 경기력엔 짜임새가 생겼다. 선수 장단점을 파악해 디테일을 더했다. 전방 압박을 받을 경우 큰 신수를 저지르곤 하는 그라니트 자카를 종종 센터백 옆으로 내리는 변칙적 빌드업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리그에선 큰 순위 상승은 이루지 못하고 8위로 마감했지만, 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 마지막에 웃었다.

매니저다운 면모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아스널은 비교적 순조롭게 새 시즌을 대비해 선수단을 꾸리고 있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적이 유력했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재계약 역시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다니 세바요스 역시 레알마드리드에서 임대를 연장했다.

기존 핵심 선수들을 지켜냈고 취약 포지션을 보강해 상위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쿼드를 꾸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윙어 윌리안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했고, 가브리엘 마갈레스 영입으로 불안했던 수비도 보강했다.

벤카테샴 CEO는 "아르테타 감독은 에두 가스파르(테크니컬 디렉터)와 강력한 팀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긴밀히 협력하며 팀을 운영할 것이다. 분석,영입, 경기력 향상, 의료등 중요한 요소들을 함께 다룰 것이다. 물론 구단 사무국과도 가깝게 협력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재정적인 면에선 구단주와 의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만에 아스널에 매니저가 다시 생겼다. 1996-1997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21년 동안 장기 집권한 벵거 감독은 매니저로 팀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벵거 감독이 팀을 떠난 직후 지휘봉을 잡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헤드코치 직함을 받았다.

아르테타의 매니저 선임은 장기적 비전을 가진 지도자를 중심으로 팀의 성공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매니저' 감독이 탄생하면 권력이 집중된다. 이 경우 감독의 잦은 경질은 팀의 방향성을 흔들 수 있다. 최근 선수단을 장악하는 헤드코치와 팀의 전체적 방향성을 잡고 선수 계약을 관장하는 디렉터 체제가 나눠진 이유다.

하지만 매니저 감독이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방향과 방식으로 팀을 끌고 간다면 더 효율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스승 벵거 감독처럼 아스널에 장기적 성공을 안길수 있을까. 벵거 감독의 선수단 운영을 아스널의 선수로 지켜봤고, 맨체스터시티에선 수석 코치로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했다. 이제 자신의 손에 직접 칼자루를 쥐고 도전에 나선다.

아스널로서도 중요한 도전이다. 벵거 감독은 자신의 임기에서 마지막 2년을 제외하곤 19년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4위 내에 들었다. 그리고 2003-04시즌 이후로 매년 녹아웃스테이지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7년 연속 16강 진출은 부진한 성적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아스널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아르테타 감독 선임으로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릴 강팀으로 도약하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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