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재영이 서로에게 "우리 팀에 꼭 없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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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Ace). 한 팀의 해결사를 의미한다. 국내 스포츠에선 주로 외국인 선수에게 에이스란 칭호가 주어진다. 흥국생명에는 두 명의 한국인 에이스가 공존한다. 김연경(33)과 이재영(25)이다.

이재영이 "(김)연경 언니는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김연경은 "갑자기?"라고 놀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연경도 "(이)재영이는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에도 꼭 필요한 선수"라고 화답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는 서로를 인정했다.

흥국생명은 개막 전 '1강'으로 손꼽혔다. '세계 최고 공격수' 김연경과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새로 합류해 이재영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 '무패 우승'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14일 현재 예상대로 흥국생명은 선두(승점 40) 질주 중이다.

그래도 위기다. 루시아 프레스코가 부상으로 아웃됐고,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는 입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달 넘게 외국인 선수가 없다.
 


 

흥국생명이 버티는 힘은 김연경과 이재영이다. 둘은 공격과 수비, 리시브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선수다.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과 공격 성공률에서 나란히 1~2위에 올라 있다. 둘이 국가대표로 꽤 손발을 맞췄지만, 프로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이재영은 "언니는 열정적이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또 팀을 잘 이끌어준다"라며 "미팅 시간에도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고마워했다. 김연경은 후배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재영이는 계속 잘하고 있다. 자기 관리도 좋다"고 했다.

세계 최정상 선수로 군림해온 김연경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보통 선수들이 정상으로 향할 때 현실에 안주하거나,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재영이는 꾸준히 본인의 위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 팀과 국가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이재영은 "국내에서 언니랑 (한 팀에서 뛰는) 이런 경험이 쉽지 않으니까, 할 수 있을 때 많이 (뛰고, 우승도) 해보고 싶다"라고 화답했다.

특히 김연경은 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차피 무패 행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팀이 덜 졌다고 본다. 10패(전체 30경기)는 할 줄 알았다"라며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가운데 김미연이 잘 메워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선수의 공백은 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국내 선수 중 공격 점유율 30%를 넘긴 선수는 이재영(35.56%)과 김연경(32.51%) 둘밖에 없다. 해외 무대에서 보통 주 1회 경기를 한 김연경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V리그의 빡빡한 일정이 힘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김연경에게 서브를 집중적으로 포화한다. 그의 공격 점유율을 낮추고, 체력 부담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연경은 역대 가장 높은 47.91%의 공격 성공률로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어린 나이에 V리그를 호령했던 2005~09시즌보다 높다. 김연경은 "배구는 단체 스포츠다. 팀원들이 도와준 덕에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감독님이 관리해주셔서 잘해주셔서 큰 문제는 없다"라고 했다. 이재영은 "미연 언니가 잘해주고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다"라고 웃었다.

1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두 에이스의 활약은 돋보였다. 이재영은 개인 한 경기 최다인 41점(종전 40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4세트까지 18점에 묶였지만, 5세트에만 9점을 퍼부었다. 흥국생명은 1~2세트를 내준 뒤 3~5세트를 따내는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4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이 32.56%와 39.73%에 그쳤던 김연경과 이재영은 승패가 갈린 5세트에서 이날 가장 높은 57.14%, 55.00%을 올렸다. 가장 어려운 순간, 나란히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이)재영이가 41점이나 올렸어요?"라고 놀라며 "김연경이 중요할 때 잘 버텨줬다. 16-16에서 김연경이 켈시의 백어택을 가로막은 게 컸다. 보통 선수와 뛰어난 선수의 구분점은 위기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느냐다. 김연경이 고비마다 공격과 수비에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V리그 복귀 첫 시즌을 보내는 김연경은 "개인적으로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하고 싶고, 무엇보다 꼭 통합 우승을 이루고 싶다"라며 "아직도 해야 할 경기가 많이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재영은 유소년 시절 김연경의 활약을 보며 자랐다. "어릴 적 꿈이 (김)연경 언니와 같은 팀에서 뛰는 거였다"라고 밝혔던 이재영은 13일 "통합 우승을 하고 싶다. 또 언니들이 (대표팀에) 있을 때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라고 했다.

김연경과 이재영,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김천=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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