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도루 가치, 이대로면 30도루 달성자 전무[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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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서건창이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해 허경민에게 태그아웃되고있다. 2020.07.21. 김도훈기자 [email protected]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역대 최소 도루왕이 탄생할 것인가.

여전히 도루는 승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경기 중후반 도루로 인해 흐름이 요동치고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난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경기가 그랬다. 7회말과 8회말 각각 김하성과 박정음의 도루를 앞세워 키움이 역전승을 거뒀다. 도루에 능한 주자는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을 제한하고 동료 타자가 보다 수월하게 투수와 승부하게 유도한다. 빠른 주자가 출루하면 변화구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루는 리스크도 크다. 실패하면 허무하게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가며 찬스도 사라진다. 그야말로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 게다가 부상위험도 만만치 않다.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리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다친다. 2루에서 상대 야수와 충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호 장비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선수간 충돌까지 막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타이트한 일정으로 정규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개막이 6주 가량 늦어졌고 쉴틈없이 경기를 치른다. 역대 최다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가 시행되는데 올스타 브레이크도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체력소모와 부상위험이 높은 도루가 줄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도루왕은 KBO리그 38년 역사상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현재 도루 부문 1위는 서건창(키움)이다. 서건창은 지난 24일까지 19개 도루를 기록했다. 서건창의 뒤를 이어 심우준(KT), 김지찬(삼성)이 16개로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도루 페이스가 정규시즌 종료시점까지 유지되면 서건창은 도루 29개에 도달한다. KBO리그 역사상 30도루 미만으로 도루왕에 오른 적은 전무했다. 역대 최소 도루왕은 2018년 박해민(삼성)으로 당시 박해민은 도루 36개를 기록한 바 있다.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지난달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이용규가 5회초 1사1루 유장혁 타석 때 견제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대도들은 시즌을 앞두고 입버릇처럼 30도루를 목표로 세운다. 1년 공백을 뒤로 하고 풀시즌을 소화하는 베테랑 이용규(한화)도 그랬다. 하지만 이용규는 최근 목표를 접어두기로 했다. 실제로 이용규는 최근 도루 시도가 뚜렷하게 줄었고 8월 도루 숫자도 단 하나에 그치고 있다. 이에대해 그는 “팀이 3, 4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만 생각하며 도루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도루에 실패라도 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게 된다”며 “목표를 도루 30개로 뒀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적인 욕심만 부릴 수는 없었다. 도루는 앞으로 상황이 맞을 때만 1개라도 추가하는 식으로 시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타자들의 타격 기술은 진화하고 장타가 늘어난다. 어느덧 클린업 트리오는 3·4·5번이 아닌 2·3·4번 타자가 됐다. 이용규가 말한 것처럼 상황에 맞는 야구, 흐름에 맞는 야구를 고려하면 뛰는 게 늘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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