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위기탈출 아티스트" 호평 일색…5회 2아웃 교체 이유, 사령탑이 밝혔다 (종합)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즌 4승 달성을 목전에 두고 아깝게 놓쳤다. 그러나 그가 승리를 놓쳤다고 해서 그의 호투가 빛이 바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위기 상황마다 무실점으로 넘어가는 장면은 '역시 류현진이다'라는 찬사를 낳기에 충분했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⅔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맞으면서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는 토론토의 3-2 승리로 끝났다. 토론토는 9회초 라파엘 데버스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고 2-2 동점을 허용했으나 9회말 맷 채프먼이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리면서 극적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 류현진 위기관리 최고였는데…왜 5회초 2아웃에 마운드를 떠나야 했나
이날 류현진은 세단 라파엘라(중견수)-롭 레프스나이더(좌익수)-저스틴 터너(지명타자)-라파엘 데버스(3루수)-애덤 듀발(우익수)-파블로 레이예스(2루수)-트레버 스토리(유격수)-바비 달벡(1루수)-리즈 맥과이어(포수)로 짜여진 보스턴 타선을 상대했다.
시작은 삼자범퇴였다. 류현진은 1회초 선두타자 라파엘라의 타구가 우익수 카반 비지오의 호수비에 걸리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비지오는 몸을 날리면서 공을 잡는 집념을 보여줬다. 이어 류현진은 레프스나이더에게 86마일(132km) 커터를 던져 이날 경기의 첫 탈삼진을 기록했고 LA 다저스 시절 '절친'이었던 터너를 상대해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으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2회초 선두타자 데버스를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 듀발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고 유격수 비셋이 홈플레이트로 향하던 데버스를 잡기 위해 포수에 송구한 것이 태그 아웃으로 이어져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기세가 오른 류현진은 스토리를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았고 달벡 역시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토론토는 2회말 케빈 키어마이어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선취했고 류현진은 1-0 리드를 안고 3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또 한번 위기가 닥쳤다. 류현진이 선두타자 맥과이어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라파엘라에게 좌전 2루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2,3루 위기에 몰린 것. 하지만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레프스나이더의 얕은 외야 플라이로 가볍게 첫 아웃카운트를 수확한 류현진은 터너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으면서 역시 실점을 막았고 '4번타자' 데버스를 상대로 무리한 승부를 가져가지 않고 볼넷으로 1루를 채우는 한편 듀발을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으면서 또 실점 없이 위기를 넘어가는 '재주'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4회초에도 스토리의 타구가 3루수 채프먼의 실책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달벡에 좌전 안타까지 맞아 1사 1,3루 위기를 맞았으나 맥과이어에게 던진 초구 89마일(143km) 포심 패스트볼이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5회초에도 계속됐다. 류현진은 1사 후 레프스나이더의 타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류현진이 타구를 흘리면서 레프스나이더의 출루를 막지 못했고 이는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 이어 터너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처리했지만 데버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1,2루 위기를 맞은 류현진은 더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류현진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83개였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복귀한 이후 경기당 투구수를 90개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복귀한 류현진은 9경기에서 80구~52구~86구~83구~70구~76구~77구~82구~83구를 각각 던졌다.
류현진이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았다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토론토 벤치의 움직임은 냉정했다. 류현진 대신 마운드에 오른 우완투수 이미 가르시아는 듀발에게 99마일(159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잡으면서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류현진의 시즌 4승은 감독의 결단에 날아갔지만 그래도 4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2.93에서 2.62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1마일(146km)까지 찍혔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비롯해 슬로우 커브와 커터 등 여러 구종을 다양하게 던지면서 위기마다 보스턴 타선을 잠재웠다.
◆ 류현진 교체 왜? 감독 "투구수 비롯해 종합해서 결정"
이날 경기 후 슈나이더 감독은 현지 언론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을 4⅔이닝 만에 교체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슈나이더 감독은 "먼저 보스턴의 라인업을 보면 우타자 7명을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많은 위기 상황 속에서 투구를 이어갔고 이를 극복하려 했다.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류현진은 중요한 순간에 던질 줄 아는 투수다"라고 류현진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투구를 이어간 것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슈나이더 감독은 "투구수를 비롯해 이전 이닝에서 보여준 것들을 종합해서 결정했다"라고 류현진을 조기 교체한 이유를 설명했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투구수, 그리고 잦은 위기였다. 류현진은 지난 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1년 여가 지난 뒤에 복귀했다. 이제 부상에서 돌아온지 한 달 여밖에 지나지 않은 선수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투구수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류현진이 벌써 복귀 후 9경기를 치렀는데 투구수는 한번도 90개 조차 넘긴 적이 없었다. 80개 근처로 쌓이면 가차 없이 교체를 택하고 있다.
여기에 이날 류현진은 숱한 위기를 맞으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물론 위기마다 노련한 피칭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토론토로서는 1회를 제외하고 주자를 쌓은 류현진의 투구를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와일드카드를 놓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1승이 절실한 토론토이기에 투수 교체 타이밍도 당연히 빠르게 가져가야 했다.
◆ "류현진은 위기 탈출 아티스트" 현지 언론도 호평 일색
이날 류현진이 4⅔이닝만 소화하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그의 위기 관리 능력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후 스포츠 캐나다'의 토마스 홀은 이날 경기 도중 자신의 SNS를 통해 "류현진이 첫 3이닝을 통해 위기 탈출 아티스트임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류현진의 위기 관리 능력을 호평했다. 특히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마치 경지에 이른 베테랑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토론토 매체 '토론토 스타'는 "류현진은 위기를 탈출하는데 능수능란한 모습을 증명했다. 류현진이 2~3회 무사 2,3루 위기가 있었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따냈다. 4회에도 주자를 3루에 내보냈지만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라면서 "보스턴은 잔루만 12개였고 득점권 상황에서 14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라고 류현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를 잘 극복했음을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토론토 담당 기자 키건 매디슨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류현진이 몇 차례 출루를 허용하고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견고한 피칭을 보여줬다"라고 류현진의 위기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매디슨은 "알렉 마노아의 상황과 토론토의 매우 제한적인 선발로테이션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복귀는 매우 가치가 있었다"라는 호평까지 곁들였다. 지난 해 17승을 거두며 일약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마노아는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로 출격하는 등 토론토 구단의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침 마노아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에 류현진이 선발로테이션에 가세하면서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류현진의 복귀로 토론토의 가을야구 도전도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 토론토 WC 2위 점령, 류현진과 함께 가을야구 희망이 싹 튼다
이날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와 더불어 9회말에 터진 채프먼의 끝내기 2루타로 3-2 승리를 거두면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토론토는 와일드카드를 두고 경쟁하던 텍사스 레인저스에 4연패를 당하면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충격적인 4연패는 토론토를 와일드카드 4위로 밀려나게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은 와일드카드 3위까지다.
그러나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인 보스턴을 상대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특히 17일 보스턴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휘트 메리필드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4-3 승리를 따내면서 분위기를 반전한 토론토는 이날 경기 역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질주하고 시즌 전적 83승 67패를 기록했다.
마침 이날 텍사스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2-9로 완패를 당하면서 3연패 수렁에 빠지며 82승 67패를 기록, 와일드카드 3위로 떨어졌다. 토론토와 순위가 바뀐 것이다. 선발투수 코디 브래드포드가 3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한 것이 치명타였다. 여기에 맥스 슈어저도 오른팔 근육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된 상황이라 텍사스를 향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역시 와일드카드 경쟁자인 시애틀 매리너스도 LA 다저스에 1-6으로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3연패에 빠졌고 와일드카드 4위로 밀린 상태다. 선발투수 로건 길버트가 5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흔들렸다.
토론토에게 남은 가을야구 희망은 와일드카드 뿐이다. 이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탬파베이 레이스를 5-4로 제압하면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지구 2위인 탬파베이 또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확보하면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같은 지구 1~2위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터라 토론토는 와일드카드에 남은 두 자리 중 하나를 어떻게든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과연 토론토가 올해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지난 해 92승 70패를 기록하고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차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애틀을 상대로 패퇴하면서 아쉽게 가을야구를 마감해야 했다. 올해는 돌아온 류현진과 함께 마지막 기적을 노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