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악몽 그 자체였다…한신 18년 만에 리그 우승 감격,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아직 그들의 한풀이는 끝나지 않았다. 2005년 센트럴리그 우승 이후 18년 만에 감격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그들의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가 마침내 센트럴리그 정상을 밟았다. 한신은 14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하고 2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격차를 13경기로 벌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한신은 2005년 센트럴리그 우승 이후 18년 만에 정상을 재정복했으며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로 직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한신은 센트럴리그 2~3위가 맞붙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의 승자와 일본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다툼을 벌인다.
이날 승리로 올 시즌 최다인 11연승을 질주하면서 시즌 전적 80승 44패 4무를 마크한 한신은 15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한신의 시즌 전적만 봐도 올해 센트럴리그를 '독주'한 팀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여름에 잠시 히로시마에게 1위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일본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9연승을 세 차례나 해낼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한신의 위력은 마운드에서 찾을 수 있다. 한신은 팀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고 있는데 센트럴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나타내는 팀이다. 올해 일약 '에이스'로 떠오른 무라카미 쇼키가 그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무라카미는 올 시즌 10승 5패 평균자책점 1.76으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 역시 그의 몫. 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다. 이와 함께 마무리투수 이와자키 스그루가 3승 2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1.38로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고 있다. 역시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공동 1위에 자리하는 중이다.
이제 한신이 바라보는 피날레는 바로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1935년에 창단한 한신은 1985년 일본시리즈를 우승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 당시 우승 멤버였던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은 사실 2005년에도 한신의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한신은 2005년 이른바 'JFK'라는 공포의 필승조를 구축하면서 리그를 제패했다. 'JFK'는 제프 윌리엄스, 후지카와 규지, 구보타 도모유키의 앞글자로 만든 조합이다. 여기에 '철인' 가네모토 도모아키가 40홈런을 폭발하면서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신은 끝내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시리즈 상대였던 지바 롯데 마린스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전 전패를 당했기 때문. 특히 일본프로야구 2년차 시즌을 맞은 이승엽의 대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에 입단, 타율 .240 14홈런 50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나 2005년 타율 .260 30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름값을 해냈다. 그가 절정에 달한 파워를 과시한 무대는 바로 일본시리즈였다. 이승엽은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 6회말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팀에 5-1 리드를 안기는 쐐기포를 날렸다. 경기는 짙은 안개로 인해 7회 콜드게임이 선언됐고 지바 롯데의 10-1 대승으로 끝났다.
이승엽의 대포는 2차전에서도 터졌다. 6회말 우월 2점홈런을 발사하면서 지바 롯데가 7-0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려 한신의 전의를 상실케했다. 결과는 지바 롯데의 10-0 대승이었다. 3차전 역시 지바 롯데가 10-1로 크게 이겨 이미 우승한 것과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결국 그해 일본시리즈는 4차전에서 싱겁게 끝났다. 이승엽은 4차전 2회초 우월 2점홈런을 폭발하면서 팀에 2-0 리드를 안겼고 4회초에는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뜨려 팀이 3-0으로 도망갈 수 있도록 했다.
지바 롯데는 이승엽의 맹활약 속에 3-2로 승리하면서 일본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지바 롯데는 일본시리즈 1~4차전에서 33-4라는 압도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1974년 이후 31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이승엽은 일본시리즈에서의 맹활약을 계기로 이듬해인 2006년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게 된다.
말그대로 한신에게는 악몽처럼 남아 있는 장면이다.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의 참패 이후 18년 만에 다시 리그 정상을 밟은 한신은 사실 2014년에도 일본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룰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한신은 센트럴리그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포스트시즌 진출은 성공했다. 그해 일본시리즈에 진출하며 다시 한번 정상을 노크했지만 역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신에는 '끝판대장' 오승환이 뒷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한국 무대에서 더이상 이룰 것이 없었던 오승환은 해외 진출을 모색했고 한신에 입단하면서 일본프로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시즌에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신은 오승환의 연이은 호투를 발판 삼아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히로시마를,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요미우리를 누르고 일본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MVP에 등극할 정도로 '수호신'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한신은 끝내 일본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1승 4패로 밀리면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오승환도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3점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소프트뱅크에 있던 이대호와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두 선수의 투타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한신은 우승과 관련한 한이 많은 팀이다. 18년 만에 다시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아직 그들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우선 일본시리즈부터 진출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한다. 과연 한신이 1985년 이후 38년 만에 다시 한번 일본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을까.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