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원래 스트라이커였다' 해트트릭 작렬 손톱 카드, 케인 공백 완벽히 메웠다 'BBC 이주의 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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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토트넘이 마침내 해리 케인의 대체자를 찾았다. 답은 '캡틴'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3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끝난 번리와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켰다. 올 시즌 손흥민의 리그 마수걸이 골이자 리그 1호 해트트릭이었다. 앞서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했던 손흥민은 이날 해결사로 변신하자마자, 놀라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의 맹활약 속 토트넘은 5대2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3승1무)은 개막 후 4경기에서 무패를 달렸다. 토트넘의 신임 사령탑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리 레드냅, 팀 셔우드, 안토니오 콘테에 이어 개막 4경기에서 10점을 획득했다. 5대2 대승은 2020년 10월 맨유를 상대로 6대1로 승리한 이후 가장 큰 점수차 원정 승리였다.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히샬리송이 아닌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했다. 마노르 솔로몬, 제임스 메디슨, 데얀 쿨루셉스키가 2선에 위치했고,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했다. 포백에는 데스티니 우도지, 미키 판 더 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위치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솔로몬이 손흥민의 자리에 들어간 것이 눈에 띄었다.

잘나가는 토트넘이었지만 고민은 있었다. 최전방이었다. 시즌 전부터 대두됐던 문제였다. 지난 10년간 토트넘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케인은 토트넘의 상징 그 자체였다. 케인은 토트넘 최다 득점기록을 깬 것은 물론, 앨런 시어러의 EPL 통산 득점 기록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케인은 EPL에서만 213골을 기록한 최고의 골잡이였다. 지난 시즌에도 엘링 홀란드에 밀리기는 했지만, 변함없는 득점력을 과시하며 최악이었던 토트넘의 공격진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케인을 향해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첼시, 맨유 등이 러브콜을 보냈고, 최종 승자는 바이에른이 됐다. 바이에른은 4고초려 끝에 케인을 품었다. 바이에른은 무려 4차례나 이적료를 제시했고, 1억2000만유로에 합의를 봤다. 토트넘은 당초만 하더라도 케인을 보낼 뜻이 없었지만, 케인이 재계약을 거절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적시장 막판 케인은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었다.

토트넘은 겨우내 제임스 메디슨을 비롯해 마노르 솔로몬, 애슐리 필립스, 미키 판 더 펜 등을 새롭게 영입하며 새 판을 짰다. 하지만 케인을 대체할 자원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수천억을 쏟아부어도 케인 같은 선수는 영입할 수 없다. 시장에 그같은 스트라이커도 없을 뿐더러, 토트넘은 그만큼 투자할 수도 없었다. 결국 토트넘은 이적시장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케인을 대신할 공격수는 내부에서 찾아야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중요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첫 선택은 히샬리송이었다.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6000만파운드에 에버턴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브라질 국가대표 현역 스트라이커의 영입에 토트넘 팬들은 열광했다. 히샬리송은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맹활약을 펼쳤다. 케인의 파트너 혹은 대체자로 활약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단 1골에 그쳤다. 27경기나 나섰지만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포함, 단 3골 뿐이었다.

올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시 한번 히샬리송을 중용했다. 하지만 역시 상황은 같았다. 히샬리송은 앞서 3번의 리그 경기에서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로 나섰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리그컵에서 한 골을 넣었지만, 정작 중요한 리그 경기에서는 여전히 부진했다. 슈팅 기회가 와도 자신감이 없었다. 토트넘이 전체적으로 공격축구로 기조를 바꿨음에도 히샬리송의 득점력은 도통 살아나지 않았다.


번리전, 변화가 필요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격적으로 '손톱'을 택했다. 손흥민은 앞서 세번의 경기에서 모두 왼쪽 날개로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윙어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고, 윙백이 안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는 전술을 강조한다. 이전까지 주로 안으로 들어와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골을 노렸던 손흥민식 플레이스타일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손흥민은 개막전이었던, 지난 브렌트포드전서 다소 부진했다. 왼쪽 날개로 나선 손흥민은 고립된 모습이었다. 유효슛 1개를 기록했을 뿐, 볼터치 46회, 드리블 성공 1회, 키패스 0회 등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 과정에서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주장 완장을 차고 치른 첫 경기였던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분명 아쉬운 경기였다. 지난 2022~2023시즌, 부상과 부진했던 손흥민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이징 커브설이 사실이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2라운드 맨유전에선 달랐다. 해법은 '조력자 모드'였다. 득점 보다 동료들의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 손흥민은 이날 팀내 최다인 4번의 키패스와 3번의 드리블 성공을 기록했다. 비록 슈팅은 하나 밖에 하지 못했지만, 완벽한 팀플레이로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수비에서도 9번의 지상 경합을 시도해 6번이나 성공했다. 통계사이트 소파스코어와 풋몹은 팀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평점 7.9점과 평점 8.1점을 줬다.

전반 30분 파페 사르에게 연결되는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비롯해, 40분에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페드로 포로에게 결정적 패스를 연결했다. 포로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원톱으로 뛰던 히샬리송이 교체돼 나오자,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긴 손흥민은 무리한 플레이 보다 좌우를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노련한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38분에는 기점 역할도 했다. 간결한 패스를 제임스 메디슨에게 보냈고, 여기서 연결된 볼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본머스와의 3라운드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전술적으로 더욱 녹아든 손흥민은 이날도 공격포인트는 물론, 유효슈팅도 단 한차례도 만들지 못했지만, 시종 날카로운 움직임과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브렌트포드전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몸도 올라왔고, 전술적 움직임도 좋아졌다. 손흥민은 왼쪽에서 시종 날카로운 패스를 건냈다.

이날도 팀내 최다인 4회의 키패스를 성공시켰다. 개인 점유율도 4.3%로 팀내 가장 높았다. 측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100% 소화하고 있다. 드리블도 3번을 시도해 2번을 성공시켰다. 패스성공률은 39회 시도에 33번 성공으로, 85%를 기록했다. 수비 가담도 좋았다. 총 4회의 그라운드 경합을 성공시켰고, 클리어링 1회, 인터셉트 1회씩을 기록했다. 소파스코어에서는 선제골을 기록한 메디슨과 함께 팀내 최고인 평점 8점을 기록했다. 달라진 손흥민의 플레이에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졌다.


푸스카스상의 기분 좋은 기억이 남아 있는 번리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해결사 본능을 뿜어냈다. 출발은 주춤했다. 번리가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폭발했다. 루카 콜레오쇼의 크로스를 라일 포스터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을 위한 리허설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후반 18분, 후반 21분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하며 번리를 제압했다. 첫 골은 특유의 스프린트로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솔로몬과 침착하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를 흔들었다.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 2명을 '희롱'하는 그림같은 오른발 칩샷으로 골문을 갈랐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또 한번 골네트를 갈랐다. 3분 뒤에는 포로의 패스를 깔끔한 왼발슛으로 득점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사실상 희비는 엇갈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트트릭으로 임무를 완수한 손흥민을 후반 27분 히샬리송과 교체하며 휴식을 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꼭 껴안으며 믿음을 드러냈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성한 손흥민은 EPL 통산 106호골을 기록, 103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 104골의 디디에 드로그바(은퇴)를 넘어섰다. 그는 토트넘 출신인 대런 벤트와 함께 공동 30위에 자리했다. 라이언 긱스(109골), 피터 크라우치(108골), 폴 스콜스(107골)도 가시권이다.

영국 언론도 찬사일색이다. 영국의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스템은 그의 경기에서 완벽하게 작동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을 줬다. 통계 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은 손흥민에게 무려 평점 9.6점을 줬다.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이다.

EPL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정하는 '맨 오브 더 매치'도 손흥민의 차지였다. 그는 4만여명이 참여한 EPL 공식 홈페이지 팬 투표에서 58.4%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팀 동료 제임스 매디슨(27.1%)을 제치고 '맨 오브 더 매치'로 뽑혔다.


영국의 'BBC'도 평점 8.71점의 손흥민을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BBC'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달성하자 '이것이 엔젤볼이다.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자신감을 높여가고 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경기하던 손흥민이 자신감 넘치는 마무리를 했다'고 했다.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위원인 피터 스미스는 "손흥민인 이날 경기 전까지는 득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원에서부터 뛰면서 공을 배달해 멋진 마무리를 했다. 그는 매우 멋지고 자신감이 있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끈다"고 극찬했다. EPL 출신 클린튼 모리슨도 "정말 대단하다. 환상적"이라며 "토트넘의 축구는 뛰어나다. 손흥민은 그가 하고 있는 것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게임 끝"이라고 놀라워했다. 잉글랜드 여자 국가대표 출신 파라 윌리엄스는 "이것이 EPL과 챔피언십의 차이다. 번리는 지난 시즌까지 매우 확장적인 축구를 했다. 수비를 2명 남겨 놓은 채로 경기하고 있다. 최고 클래스인 손흥민이 멋진 마무리를 했다"고 칭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후 최고의 하루였다. 그는 "손흥민은 환상적이었다. 훈련장에서도 그는 늘 환상적인 리더다. 손흥민은 오늘 우리의 압박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질도 갖추고 있다. 나는 그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팀으로도 "오늘 경기력이 매우 좋았다. 선수들이 침착하고 냉정하게 우리 경기를 하면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고, 이 경기를 통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이 히샬리송의 고민을 털어냈다. 토트넘은 막을 내린 여름이적시장에서 스트라이커를 수혈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이유 중 하나"라며 "그는 중앙이든, 측면이든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어떤 시스템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식에서 그는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할 것을 시사했다.

손흥민도 미소였다. 그는 "번리 원정은 항상 어렵다. 우리는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강하게 반격했다"며 "내가 주장이지만, 주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나를 많이 도와준다"고 웃었다.

그는 또 "내 역할은 아주 쉽다. 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미소지으려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며 "3골 중 어느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승점 3을 얻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어려운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경기력이 자랑스럽다. 좋은 분위기에서 A매치 휴식기를 맞이한다'는 글과 함께 해트트릭을 기념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자축했다.

그는 구단 SNS에선 "힘든 원정이었지만, 여러분의 응원을 느낄 수 있었다. 승점 3을 따내 기쁘고, 해트트릭을 작성한 것도 특별한 일"이라고 기뻐했다.


손흥민의 맹활약 속 토트넘은 케인에 대한 고민을 지웠다. 손흥민은 이날 전방 전 지역에서 활약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중엔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토트넘이 원한 플레이를 정확히 보여줬다. 여기에 특유의 마무리 본능까지 회복했다. 손흥민은 모두가 알고 있는 'EPL 득점왕' 출신이다. 매 시즌 기대 득점 이상의 골을 기록할 정도로, 결정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손흥민이 레버쿠젠 시절부터 주로 측면 공격수로 뛰어서 그렇지, 그는 원래 9번 유형이었다. 함부르크에서도 스트라이커로 데뷔했다. 스트라이커의 상징과도 같은 루드 판 니스텔로이가 자신의 후계자로 손흥민을 점찍었을 정도다. 그는 기본적으로 스트라이커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케인 부재시 원톱 혹은 투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포스트 플레이나 제공권에서 약점을 갖고 있지만, 손흥민은 다른 스타일로 박스 안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격수다.

측면에서는 조력자로, 중앙에서는 해결사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손흥민의 존재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보다 다양한 전술 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표팀 역시 환호를 지르고 있다. 대표팀 최전방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고생중이다. 조규성 오현규 황의조가 이름을 올렸지만, 각자 여러 이유로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는 손톱이라는 카드가 가능해졌다.

박지성에 이어 두번째 EPL 아시안 주장이 되며 책임감을 더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축구 속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BBC' 분석위원 가스 크룩스는 4일(한국시각) 'BBC' 홈페이지를 통해 2023~2024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이주의 팀을 발표했다. 번리전에서 전반 1골, 후반 2골, 총 3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5대2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3-4-3 포메이션에서 왼쪽 공격수에 이름 올렸다. 시즌 첫 번째 선정이다.

크룩스는 "내가 본 손흥민의 최고 경기 중 하나"라며 해리 케인 이적 후 주장 완장을 찬 것이 손흥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손흥민은 바로 우리가 알 고 있는 그 손흥민이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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