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골 넣고도 '사과' 세리머니…마지막 경기에서 '마음의 짐' 덜어낸 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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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역전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다. 오히려 합장하듯 두 손을 모은 뒤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전북 현대 이적 후 한 시즌이 다 끝나서야 터뜨린 첫 번째 골.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준(26)의 ‘이유 있는’ 사과 세리머니였다.

무대는 지난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최종전 방콕 유나이티드(태국)전이었다. 전북의 ACL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운명의 한판, 이동준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전북은 전반 4분 만에 오히려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전반 막판 문선민의 동점골로 가까스로 균형을 맞췄지만, 더욱 확실하게 승기를 잡고 16강으로 향할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후반 31분, 이동준의 침투와 결정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송민규의 침투 패스가 수비 뒷공간으로 향하자, 이동준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뒷공간을 무너뜨렸다. 이어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팀을 ACL 16강 무대로 이끌 수도 있는 귀중한 역전골. 기쁨을 마음껏 표출해도 과하지 않은 순간, 이동준은 그러나 골대 뒤편 서포터스석으로 향해 걸어가더니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거듭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전했다. 동료들의 축하는 이동준의 사과 세리머니가 모두 끝난 뒤에야 쏟아졌다.



귀중한 역전골에도 골 세리머니 대신 팬들에게 사과부터 전한 이유. 이 골은 이동준이 전북으로 이적한 뒤 1년 만에 터뜨린 첫 번째 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동준은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를 거쳐 독일 헤르타 베를린에서 뛰다 지난해 12월 전북으로 이적하며 K리그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동준은 올 시즌 좀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K리그 23경기를 비롯해 이날 전까지 전북 소속으로 공식전 29경기째 무득점에 그쳤다. 이동준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구단과 팬들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컸던 건 이동준이었다. 팀 성적마저 좋지 못하다 보니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비로소 이날 방콕전 득점을 통해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늦었지만, 팬들에게 진심을 다한 세리머니부터 전한 이유였다.

기세가 오른 이동준은 2분 만에 멀티골까지 달성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이었다. 문선민의 침투 패스를 받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득점 직후엔 비로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동준의 멀티골은 전북의 ACL 16강 진출 확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북은 이날 방콕을 3-2로 꺾고 F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전북의 ACL 16강 진출은 3년 연속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나온 이날 이동준의 멀티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한편 전북이 막차를 타면서 이번 대회 16강엔 울산과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전북 세 팀이 오르게 됐다. 인천은 조별리그에서 4승(2패)을 거두고도 승자승 규정에 밀려 아쉽게 탈락했다.

김명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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