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한화, 욕심 버리고 현실 직시해야 할 때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욕심이 화를 불렀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지난 22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스스로를 탓했다. 전날(21일) 넥센전에 송은범을 6회 1사 1·2루에서 일찍 투입, 8회 1사까지 길게 끌고 간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이날 송은범은 2이닝 44구를 던지며 2실점했고, 한화는 3-4 역전패를 당했다. 

한용덕 감독은 "감독이 욕심을 낸 것 같다.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하려 한다"며 "선발 김재영을 원래 같으면 내리지 않고 기다렸을 텐데 연패 중이라 이기려는 욕심이 크다 보니 그게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선발 김재영은 6회 1사 1·2루까지 실점 없이 막으며 투구수는 80개에 불과했다. 3-0 리드 중이었다. 

이에 앞서 5연패의 시작이었던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도 투수 교체 실패로 패했다. 4-2로 앞서던 7회 2사 1·2루에서 미리 몸을 풀고 있던 안영명 대신 송은범을 내세웠으나 통하지 않았다. 주자가 있을 때 투심 패스트볼로 내야 땅볼 능력이 좋은 송은범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지만 결과가 나빴다. 송은범의 올 시즌 승계주자 실점률은 61.5%(8/13)로 높은 편이다. 

지난 3년간 FA 몸값을 하지 못한 송은범은 올해 투심을 장착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불펜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선발이 불안정한 팀 사정상 과사용되고 있다. 팀의 24경기 중 12경기에 등판, 순수 구원 최다 19⅔이닝을 기록 중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시즌이 끝났을 때 118이닝을 던지게 된다. 리그 최다 15경기에 나선 사이드암 서균도 90경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선발 야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6.77로 10개팀 중에서 가장 높고, 경기당 4⅔이닝으로 투구 이닝은 최소다. 확실한 에이스와 이닝이터가 없는 선발 사정상 불펜에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불펜을 과사용했다. 송은범·서균처럼 특정 투수에 집중되고 있다. 

지금 같은 투수 운용으로는 일시적 상승이 가능해도 오래 가기는 어렵다. 지난 5년간 김응룡-김성근 전 감독 시절에도 그랬다. 두 노감독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불펜 과사용과 보직 파괴로 승부했지만, 그럴수록 가을야구와 점점 더 멀어졌다. 벤치가 욕심내면 승리는 야속하게 달아났다. 지금 한화 모습도 비슷하다. 

첫 4연패 이후 11경기에서 9승2패로 급반등하며 단독 3위 돌풍을 일으킨 한화이지만, 불과 한 주 만에 1승5패하며 순위는 7위로 급전직하했다. 냉정하지만 이게 한화 현실이다. 선발 야구가 안 되고, 야수진의 뎁스는 얕다. 한용덕 감독은 3년 장기 리빌딩을 위해 왔지만 여전히 라인업에는 30대 베테랑들이 대부분 차지한다. 지금 선수 운용은 리빌딩도, 윈나우도 아니다. 

10개팀밖에 없는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처럼 대놓고 리빌딩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 야구에선 리빌딩도 이기면서 한다. 지는 팀은 리빌딩도 힘들다. 그러나 한화는 올 시즌 누구도 5강 후보로 보지 않았다. 일시적 상승으로 기대치가 크게 올랐지만 야구는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 7위로 떨어진 지금을 계기로 삼아 욕심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