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전력의 절반, 외인은 단지 용병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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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L 득점 1위(경기당 25.68점)였던 안양 KGC 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은 다음 시즌 볼 수 없다. 지난 2일 KBL센터를 찾은 사이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식 신장측정을 했지만 2m2를 살짝 넘겼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신장은 2m 아래로 제한된다. 챔피언전에 선착해 우승을 노리는 원주DB 프로미 로드 벤슨(2m6)도 마찬가지다. 벤슨은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 은퇴를 고민중이다.

리그 득점 1위는 팀성적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MVP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사이먼의 경우 경기당 11.11리바운드(3위)로 전천후 역할을 수행했다.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어떤 존재일까.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들은 이른바 용병, 돈을 주고 고용한 인력에 불과한 걸까.

새로운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 규정은 이사회에서 9개 구단이 반대했지만 통과됐다. 이미 지난해 논의가 끝났지만 이것이 알려질 경우 2m 이상의 장신 선수들이 태업을 할 수도 있어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는 말도 들린다.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던 선수를 그냥 보내게 생겼다.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는 양날의 검이다. 화려한 플레이와 득점 공헌은 플러스지만 소속감과 팀에 대한 로열티는 덜하다. 3년을 뛰면 다른 팀으로 옮겨야 하고 급기야 2m 이상 신장을 이유로 강제로 내쫓는 룰까지 생겼다.

프로농구는 예전부터 소중한 것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만 손에 넣을 뿐 선수가 지닌 진정한 가치는 코트에 남기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을 찾고, TV에서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팀과 선수에 대한 사랑을 떠나 단지 화려한 플레이 때문이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NBA 1경기를 시청하면 한달 동안 볼수 있는 KBL 명장면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플레이의 질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뛰기에 경기장을 찾고, TV중계를 챙겨본다. 이것이 팬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일부 팬들은 올초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두산에서 7년간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재계약에 실패하고 KT 위즈로 떠나자 그를 대한 따뜻한 마음을 광고에 담았다. 니퍼트는 "평생 잊지 못할 사람들"이라며 감읍했다.

전력 불균형 해소를 통한 리그 평준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코트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를 펼치는 외국인 선수를 '내 선수, 우리 선수'로 100%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은 아쉽다. 외국인 선수 역시 소속감, 일체감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문제가 명확한데도 리그 사무국은 수년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KBL과 이사회는 '그럼 대안이 있느냐'며 늘 하던대로 한다. 대안을 만들고 제시하는 주체는 언론이나 팬이 아니다. 온전히 KBL과 이사회의 몫이다. 지금은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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