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중국 야구가 복병이라니…일본물 먹고 미국물 또 먹고, 장기투자로 일냈다
[BO]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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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10:29
▲ 일본을 꺾고 기뻐하는 중국 선수들. ⓒ 일본야구대표팀 홈페이지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신원철 기자] 중국이 연일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3일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어 자국 팬들마저 놀라게 했고, A조 1위로 진출한 슈퍼라운드에서는 첫 경기에서 대만과 치열하게 싸웠다.
중국 야구의 선전은 요행이 아니다. 꾸준하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뿌린 씨의 결실이다. 일본에서 야구를 배운 선수들도 있고, 미국 독립리그에서 한 시즌 100경기 이상 뛴 '미국야구 경험자'도 있다.
중국은 5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1-4로 졌다. 1회부터 2실점하며 끌려가더니 5회 추가점을 내줬다. 그래도 5회 공격에서 바로 1점을 만회하면서 반격의 의지를 보였다. 8회 실점이 치명타로 돌아왔고, 경기는 그대로 대만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도 대만 상대로 4점을 줬는데, 중국 역시 실점이 같았다. 한 경기 결과로 팀의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은 분명 예상보다 더 나은 투수력을 이번 대회 내내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라오스와 필리핀, 일본을 상대하면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덕분에 일본까지 꺾고 A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중국 대표팀의 뼈대는 지난 3월 열렸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이다. WBC 때는 레이 창이나 주권(kt) 같이 부모 혈통 규정으로 영입할 수 있는 '해외파' 선수를 소집해 전력을 강화했었다. 이번 대회는 이런 방법을 쓸 수 없지만 대신 WBC로 국제대회를 맛본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투수 10명 가운데 5명이 WBC 대표팀 출신이다. 3일 일본전 승리의 주역 왕샹을 비롯해 수창롱, 정초쥔, 왕유일, 이젠이 WBC라는 더 큰 물을 경험했다. 야수 14명 중에서는 5명이 WBC에 나왔다. 1번타자 중견수를 도맡아 하고 있는 량페이는 4경기에서 모두 출루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전부 멀티히트를, 대만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볼넷을 기록했다.
량페이는 일본과 미국에서 야구를 배웠다. 도카이대학부속 스가오고교 출신으로, WBC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홈런을 쳐 화제가 됐다. 당시 홈런을 맞은 선수는 올해 요미우리 팀 내 최다승(12승, 센트럴리그 2위)이자 평균자책점 1위(2.38, 센트럴리그 4위)인 도고 쇼세이다.
일본과 인연이 있는 선수가 또 있다. 주전 2루수를 맡고 있는 루윈은 5일 대만전에서 구용강과 함께 멀티히트를 날렸다. 루윈은 WBC 멤버는 아니지만 고토히라고교-욧카이치대학을 나와 일본에서 야구를 배웠다.
량페이는 또 중국이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선발한 '텍사스 에어호그스' 멤버이기도 하다. 중국은 2018년 미국 독립리그 구단 텍사스 에어호그스에 자국 선수를 30명 진출하게 했다. 량페이는 2018년 24경기에서 타율 0.191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양진 뤄진쥔 리닝 첸첸 차오제 등이 에어호그스 소속으로 미국 야구를 경험했다. 독립리그라고는 하지만 메이저리그도 배출한 팀이다. 2018년 멤버 가운데 타일러 마첵이 2021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에어호그스 유학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2년 뒤에는 코로나19라는 장애물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에어호그스-2023 WBC-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결해 보면 중국 야구의 투자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은 6일 중국전을 잡으면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한다. 대만과 리턴메치가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여기서 지면 다시 일본과 만나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