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혀서 실려나간 엄원상…황선홍호 일본전 앞두고 '비상'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김건일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황선홍 감독이 베스트11를 정해두지 않고 로테이션을 가동한 이유는 빽빽한 일정 때문이다. 대회 전 "로테이션 이원화를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황 감독이다.
황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중국과 8강전까지 모든 경기에 새로운 라인업을 짰다. 중국과 경기에선 '첫 고비'라고 경계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강인과 정우영 등 핵심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황 감독의 '신들린' 선수 활용은 성공적이었다. 한국은 중국과 경기까지 5경기 전승을 달렸고 25골을 넣는 동안 단 1골을 내줬을 만큼 경기력 또한 만점이었다.
황선홍호에 무엇보다 큰 호재는 부상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친 수비로 부상을 우려했던 중국과 경기도 무사히 넘겼다. 선수들도 고른 출전 시간으로 컨디션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부상이 여섯 번째 경기에서야 나왔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룡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4강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가 끝나고 엄원상이 절뚝거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경고 8장과 퇴장 1장을 받았을 만큼 거칠었던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더욱 태클 강도를 높였다.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날린 태클에 걸려 바닥을 뒹굴었다.
문제의 상황은 후반 17분.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몰고 갔는데 이브로힘할릴 율다셰프가 양발을 날려 엄원상을 걸어 쓰러뜨렸다. 엄원상은 다리를 잡으며 고통스러워했고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주심은 율다세프에게 경고를 줬다.
엄원상은 경기장 밖에서 치료 후 돌아와 경기를 진행했지만 통증이 재발하며 교체 신호를 보냈다. 황선홍 감독은 엄원상을 불러들이고 안재준을 교체 투입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엄원상이 부상이 있는 것 같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엄원상은 스태프에게 업혀 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갔다. 혼자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황선홍호에서 꾸준히 소집되며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던 엄원상은 이번 대회에서도 정우영과 함께 좌우 측면을 맡으며 맹활약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측면을 연거푸 무너뜨렸으며 두 골을 터뜨렸고, 이날 경기에서도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정우영의 두 번째 득점을 도왔다.
엄원상의 부상이 오는 7일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엄원상이 갖고 있는 스피드와 돌파 능력은 일본의 약점으로 꼽히는 측면을 공략하기 위한 황선홍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황 감독은 "지금까지는 부상자 없이 잘 끌고 왔는데 부득이하게 부상자가 생겼다. 확인을 해보고 마지막 경기를 치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남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51년 인도 뉴델리 대회 이후 5차례 정상(1970, 1978, 1986, 2014, 2018)에 서며 최다 우승 기록(이란 4회)을 갖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4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이번 대회를 제패한다면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