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여태 이런 신인 못 봤다"…19살 맞아? 자체 분석 영상만 100개 이상, 전문가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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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김택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스카우트팀에만 13년 정도 있었는데, 여태 이런 신인은 못 봤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최근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우완 투수 김택연(19)의 습관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김택연의 휴대전화에는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투구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족히 100개 이상 빼곡히 쌓여 있었다. 투구 폼에 어떤 미세한 변화가 있는지, 또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서 스스로 데이터를 쌓아놓고 틈날 때마다 확인하고 있었다.

김택연은 지난 18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처음 하프 피칭을 할 때도 관계자에게 자신이 투구하는 장면을 촬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산은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 때 5연투를 한 이후 김택연의 팔에 피로가 쌓였다고 판단하고, 지명 이후로는 투구 금지령을 내렸다. 겨울은 비시즌이기도 하고, 김택연 본인도 데뷔 시즌 더 건강히 던지기 위해 휴식에 동의하긴 했으나 이토록 오래 공을 안 던진 적이 없으니 투구할 때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구단은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김택연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두산 관계자는 "11월, 12월 지나고 1월이 되면서 계속 공을 안 던졌으니 우리도 불안하더라. 피칭을 늘 하던 선수가 안 했으니까. 근데 첫 하프 피칭하는 것을 딱 보고 '아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한시름 놨다. 첫 하프 피칭 끝내고 내려와서 '어땠어?' 물으니 '처음 던진 것 치고는 큰 문제 없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대답하더라. 이것 봐라 싶어서 '상체가 앞으로 좀 나오지 않니?'라고 했더니 '그건 금방 잡힙니다'라고 하더라"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본인이 자기 몸이 어떤지 다 알고 있더라. 호주 보내도 되겠구나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 2번째 피칭할 때도 이천 가서 직접 보지 않아도 되겠더라. 영상만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2001년부터 스카우트 4년 하고, 운영팀에서 10년을 보내다 다시 스카우트팀에 온 지 9년 정도 됐다. 여태까지 수많은 신인들을 다 보고 직접 뽑았는데, 이런 선수는 없었다. 영상 찍어서 보내줄 수 있는지 묻는 선수도 없었다"고 덧붙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산 관계자는 또 "영상 찍은 걸 보면서 밸런스 같은 것에 예민하니까. 자기 폼을 아니까 자기 분석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변한 게 있는지, 안 좋아진 건 뭔지 계속 확인을 하더라.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러면 왜 안 좋았는지를 본인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라. 그래서 걱정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80% 정도 힘으로 캐치볼 할 때도 직구만 던지지 않더라. 커브, 스플리터 연습을 하더라. 본인이 자신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슬라이더 하나를 연습할 때도 달랐다고. 두산 관계자는 "'슬라이더 어떻게 생각하고 던져?'라고 물으니 '터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구같이 보이게 길게 가져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 슬라이더는 각이 크진 않습니다'라고 하더라. 슬라이더는 가다가 헛스윙을 유도해야 하는데, 직구같이 보이게 하려면 길게 가야 휘두른 뒤에 떨어지게 속일 수 있다는 걸 벌써 아는 것"이라며 재능 못지않게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김택연을 1군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보고 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지만, 144경기 시즌을 버틸 체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U-18 야구월드컵에서 5연투를 버틴 게 그 증거다. 김택연은 대회 기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경기에 등판해 16이닝, 247구를 던졌다.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98구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혹사 논란을 떠나 대단한 체력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김택연은 90구 넘게 던져도 구속이 151㎞까지 나오는 선수다. 그렇게 연투를 하고 마지막 경기에 완봉하는 거 보면 체력이 좋다는 건 알 수 있지 않나. 또 19살 신인치고는 자신감이 정말 대단하다. 물론 프로 무대에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서 적응 여부가 갈리겠지만, 첫 단추만 잘 끼우면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감은 계약금으로 충분히 표현했다. 두산은 김택연에게 3억5000만원을 안기면서 2024년 신인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좌완 황준서(19)와 똑같이 최고 대우를 해줬다. 황준서 역시 계약금 3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팀에 사실 우투수가 70%에 이를 정도로 정말 많다. 그런데도 왜 우투수를 뽑았겠나. 왼손이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김택연을 놓치기가 싫었으니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품도 좋고, 대화를 나눠보거나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 말도 잘한다"며 구단의 바람대로 이른 시일 안에 팀의 마무리투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김택연은 오는 29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무난한 성격에 아주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좋은 느낌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 같이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적응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생각이다. 김택연이 어느 포지션에서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스태프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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