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로" 이용규 부활, FA 유보는 신의 한 수

보스코어 0 2404 0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외야수 이용규(33)는 투지와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과감하게 1년 유보를 결정했다. 1살이라도 더 어릴 때 FA를 해야 가치가 오르기 마련이지만 자존심 강한 이용규에게 작년 성적은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 연봉도 자진 삭감했다. 

이를 두고 '이용규다운 결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한화 장종훈 수석코치는 "연봉을 자기 스스로 깎았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용규에겐 남자다움이 있다. 그런 마음가짐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절치부심한 그가 보란 듯 부활하리라 믿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 모습은 전성기로 돌아온 듯하다. 

11일까지 이용규의 성적은 14경기 56타수 21안타 타율 3할7푼5리 4타점 12득점 8볼넷 출루율 4할4푼6리. 지난 대전 KIA전에서는 7회 파울 커트의 진수를 보이며 11구 만에 볼넷을 얻었고, 11일 KIA전에는 3안타 1볼넷으로 4출루에 도루도 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올 시즌 남다른 각오로 준비를 해서인지 여러모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승부 근성이 남다르다"고 흡족해했다. 

한 관계자는 "원래부터 열심히 하는 선수이지만, 올해 정말 이 악물고 하더라. 부상 위험이 있지만 도루도 악착같이 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FA를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프로라면 자기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 이용규야말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다른 선수들도 보고 배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용규는 "빗맞은 것도 운 좋게 안타가 되고 있다. 사실 시범경기 때 타격감이 워낙 좋았는데 고척 개막 2연전에서 삼진 5개를 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윙이 장타자처럼 컸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며 "방망이를 33인치에서 33.5인치로 바꾸면서 무게도 조금 늘렸는데 어느 정도 잘 맞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주루플레이에 대해서도 이용규다운 대답이 나왔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뛰는 선수들이 부상 위험성 때문에 자제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 우리 같은 선수들은 홈런보다 주자로 나가서 열심히 슬라이딩하면서 팀에 활력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내 야구이기도 하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팬 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유의 허슬 플레이로 부상 위험성이 높은 이용규이지만 몸을 사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용규는 "부상은 하늘에 맡기겠다. 내가 해야 할 야구를 계속 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매년 페이스가 천천히 올라오는 슬로 스타터이지만 올 시즌은 출발부터 좋다. 이용규다운 성적과 플레이로 다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용규에게 FA 신청 유보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