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과외로 버텨온 농구의 꿈… 32세 루키의 NBA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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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리그 10년’ LA 레이커스 안드레 잉그램, 방출 통보로 알았던 그의 콜업

“MVP, MVP, MVP…!”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와 LA 레이커스의 경기가 열린 11일(한국시간), LA 스테이플센터를 메운 관중들이 자유투 라인에 선 한 선수를 향해 ‘MVP’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는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이 아니었다. 이날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 데뷔한 32세의 루키, 안드레 잉그램(LA 레이커스)이었다.

NBA에서 첫 슛을 던지기까지, 그는 하부리그 격인 G리그에서 384경기를 뛰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도 계속 선택한 농구의 길이었다. 그는 물리학 전공을 살려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유타 플래시라는 G리그 팀에 들어갔다. 연봉은 1만8000달러에서 2만4000달러에 머물렀고, 때로는 10살 넘게 어린 룸메이트와 살아야 했다. 부양할 가족도 있었다. 수학 과외를 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했다.

LA 디-펜더스, 사우스 베이 레이커스… 팀이 사라지고, 바뀌고, 리그가 변해도 그는 계속 버텼다. 딸이 태어났을 때에는 포기할까 했지만 그의 아내는 거듭 ‘꿈을 이루라’고 독려했다. 다른 직업으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농구를 계속하는 그는 같은 처지의 어린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사우스 베이 레이커스에서 잉그램과 함께 플레이한 알렉스 카루소는 “그는 ‘못 하겠다’며 그만두는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양갈래 길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면 그를 찾아갔다”고 했다.

LA 레이커스는 지난 10일 잉그램을 호출했다. 잉그램은 방출을 위해 부르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회의실에는 레이커스 구단주 매직 존슨 등 중역들이 앉아 있었다. 사우스 베이 레이커스의 구단주 닉 마젤라가 잉그램을 향해 미소지으며 “방출이 아니라, 콜업이다”고 말해줬다. 잉그램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리자, 그의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고 한다.

휴스턴의 포인트 가드 크리스 폴은 코트에 나온 잉그램에게 다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명성은 비교할 수 없어도, 둘은 같은 나이였다. 잉그램은 이날 29분간 출전해 19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8개의 야투를 시도해 6개를 성공시켰고, 자유투는 3개를 전부 넣었다. 경기종료 5분여를 남긴 시점까지 실패한 슛이 없었다. 5개 시도한 3점슛은 4개가 들어갔다. 19득점은 레이커스 루키로서는 닉 반 액셀(1993년, 23득점)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데뷔전에서 3점슛 4개를 넣은 레이커스 루키는 그간 없었다.

휴스턴의 승리로 끝난 경기에서도 주인공은 잉그램이었다. 그는 난생 처음 체험한 NBA 게임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와 두 딸이 스테이플센터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관중들, 이곳에 있다는 것, 밝은 조명… 일생에 한 번일 겁니다. 그저 대단했어요.” 현지 취재진이 그에게 G리그 생활이란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그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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