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한 이승우, 유럽리그 생존 승부처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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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때 ‘최고 기대주’로 불렸다가 ‘잊힌 존재’가 된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가 유럽리그 생존 승부처에 놓였다. 벨기에 무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그가 최근 친선전 득점포에 이어 첫 풀타임 출전까지, 새 사령탑 밀로스 코스티치 감독 체제에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무대로 적을 옮긴 그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회를 자주 얻지 못했다. FC바르셀로나 유스 시절부터 톡톡 튀는 개성으로 ‘이슈메이커’로 불린 이승우는 원하는 만큼 벨기에서도 연착륙하지 못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훈련 불참’ 등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전 디딤돌이 된 건 후반기를 앞두고 새롭게 선임된 코스티치 감독 체제에서다. 특히 지난달 퍼스트디비전B(2부) 소속의 베스테를로와 친선경기에 나선 이승우는 쐐기포를 터뜨리며 3-0 승리를 이끄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 결과 엿새 뒤 열린 겐트와 2019~2020시즌 벨기에 퍼스트디비전A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뛰며 60일 만에 리그 무대를 밟았다. 지난달 29일 KV메헬렌과 28라운드 홈 경기에서는 벨기에 입성 이후 처음으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비록 팀은 0-3으로 완패하며 리그 3연패 부진에 빠졌지만 코스티치 감독은 이승우의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승우는 메헬렌전에서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그라운드에 녹여 냈다.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해 동료와 연계 플레이에서 부족한 장면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특유의 기민한 몸놀림과 개인 전술은 눈에 띄었다. 신트트라위던은 현재 승점 32(9승5무14패)로 1부 16개 팀 중 12위로 밀려나 있다. 가뜩이나 연패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승우는 작은 체격에도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몸싸움으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응집력이 무너진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승우는 최근 ‘부트발벨기에’와 인터뷰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저 축구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스타 의식을 버리고 벨기에에서 착실하게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외부 환경도 이승우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신트트라위던은 일본 기업인 DMM의 가메야마 게이시 회장이 지난 2017년 인수한 구단이다.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에이전트와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다. 공격수 이토 다쓰야, 스즈키 유마, 수비수 마츠바라 코, 골키퍼 다니엘 슈미트 등 일본인 선수만 4명이 뛰고 있으며 이승우까지 아시아 선수가 다른 유럽 구단과 비교해서 많다. 이를 두고 전임 감독은 일본인 구단주와 선수 선발 및 기용을 두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벨기에 축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코스티치 감독은 아시아 마케팅 및 선수 기용에 적극적인 팀 문화를 익히 잘 알고 온 지도자”라고 말했다. 코스티치 감독은 이승우를 비롯해 기존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 없이 최대한 장점을 살릴 방안을 고심하면서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결과가 문제다. 이승우가 연패 늪에 빠진 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선다면 본인에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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