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비디오판독 전광판 상영…우려한 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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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미비한 시스템, 그리고 KBO와 중계방송사의 알력다툼이 결국에는 촌극을 빚었다. KBO가 의도한 관중과 현장의 호흡은 이뤄지지 않았고 방송사는 지난해처럼 판독센터의 결정을 시험하듯 판정이 나온 이후 리플레이 화면을 송출했다. KBO와 방송사의 어긋난 관계로 인해 야구장을 찾은 팬만 손해를 봤다. 

롯데와 넥센이 맞붙은 10일 울산 문수구장. 롯데가 공격중이던 4회말 2사 1루에서 넥센 선발투수 한현희가 1루 견제를 시도했고 1루수 박병호는 1루 주자 손아섭을 태그했다. 1루심의 첫 판정은 세이프. 그러자 넥센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전광판에선 리플레이 영상이 아닌 심판진이 판독센터의 판정을 기다리는 방송사 화면만 상영됐다. 3분이 넘게 리플레이 화면이 상영되지 않자 관중들은 “화면을 보여달라!”고 소리쳤지만 전광판은 묵묵부답이었다. 3분 30여초가 지난 시점에서 심판진은 판독센터의 판정을 통해 아웃을 선언했고 그대로 4회말이 마무리됐다. 방송사는 공수교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카메라가 잡은 영상을 뒤늦게 송출했는데 이 영상은 전광판에는 상영되지 않았다. 똑같은 상황은 7회초에도 나왔다. 롯데 채태인의 2루 슬라이딩을 두고 넥센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도 방송사는 리플레이 화면을 상영하지 않았다. 판독센터에서 세이프 판정을 낸 후 방송사는 리플레이 화면을 송출했다. 

KBO는 올시즌을 앞두고 방송사의 비디오판독 화면을 야구장 전광판에 상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독화면을 현장에서 상영해 관중들에게 판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광판에 상영되는 화면이 중계 방송화면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KBO는 발표에 앞서 방송사에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KBO의 독단적인 행동에 당황하며 “우리가 비디오 판독시 리플레이를 틀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항변했다.

비디오판독의 주체는 KBO가 설립한 비디오 판독센터다. 판독센터는 판독센터 카메라와 방송사 화면을 통해 현장이 판독을 요청한 상황을 돌아본다. KBO가 진정 관중과 호흡하기를 원했다면 판독센터 카메라가 잡은 화면을 전광판에 상영하면 된다. 하지만 KBO는 이를 위한 어떠한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았다. 그저 중계방송 화면을 야구장 전광판을 통해 송출하면 된다고 본 듯하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KBS N 스포츠 캐스터는 비디오 판독이 요청되자 “올시즌부터는 판독 상황을 전광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그런데 KBS N 스포츠는 KBO의 독단적인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며 판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송사 카메라가 잡은 리플레이 화면을 송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와 방송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캐스터는 상황에 맞지 않는 코멘트를 했다. 

지난해에도 KBO와 방송사는 비슷한 촌극을 벌인 바 있다. 당시 KBO는 비디오 판독시 판독센터 영상과 방송사 영상을 모두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방송사는 이에 대해 합의한 부분이 없다며 비디오 판독이 진행될 때 리플레이 영상을 틀지 않았다. 당시 KBS N 스포츠는 비디오 판독이 종료된 후 판독센터의 판정을 시험하듯 리플레이 화면을 송출하기도 했다. KBO와 방송사의 대립에 애꿎은 야구팬만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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