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인데 데려가길 원했다…김강민을 인정한 레전드 친구, 1만명 응원가 합창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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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윤욱재 기자] "우리 나이에 어느 팀에서 데려가길 원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동료였는데 지금은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로 통하는 1982년생 선수는 이제 3명 밖에 남지 않았다. 메이저리거 출신의 '레전드 타자' 추신수(42·SSG 랜더스), '끝판대장'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짐승' 김강민(42·한화 이글스)이 바로 그들이다.

추신수는 2020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 2021시즌부터 SSG에서 뛰고 있다. 그가 SSG에 와서 가장 의지한 선수는 바로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2001년 SK에 입단해 지난 해까지 줄곧 인천 연고팀에서만 뛰었던 선수. 하지만 영원히 '원클럽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김강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해야 했다. 한화가 베테랑 외야수 영입을 위해 김강민을 지명한 것이다. 당시 한화는 김강민을 지명한 이유로 "김강민은 외야 뎁스 강화는 물론 대수비 대타 자원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 팀의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공감을 나누면서 성장을 도울수 있다고 판단해 지명했다"라고 밝혔다.

SSG는 '설마'하는 마음에 김강민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후폭풍을 남기고 말았다. SSG 팬들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SSG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는 근조 화환을 보내는 등 프랜차이즈 스타를 허무하게 떠나보낸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기 마련. 마침내 추신수와 김강민은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다시 만났다. 두 선수는 보자마자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추신수는 "내가 한국에 와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친구다"라면서 "떠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 나이에 어느 팀에서 원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서 잘 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벌써 올해로 42세에 접어든 이들은 남들 같으면 이미 은퇴를 했을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역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40대 나이의 선수는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화는 김강민이 지닌 '선수'로서의 가치를 중요시했고 이것이 2차 드래프트에서 과감한 지명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이유가 됐다.
 


 


낯선 광경이었다. 추신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강민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인천 SSG랜더스필드 그라운드에 섰다. 이날 김강민이 7회말 대수비로 등장하자 외야 관중석에 있던 SSG 팬들은 김강민의 이름을 연호했고 김강민도 인사를 하면서 '화답'했다.

야구는 9회 2아웃부터라고 했던가. 김강민은 극적으로 타석에도 들어설 수 있었다. 앞서 최재훈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최재훈의 볼넷에 한화 팬들은 물론 SSG 팬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비록 SSG가 0-6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SSG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김강민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기뻤던 것이다.

SSG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한화 팬들은 물론 SSG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팬들은 엄청난 박수와 환호로 김강민의 등장을 반겼다.

한화 응원석에서는 김강민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마침 김강민의 응원가는 SSG 시절에 사용했던 응원가와 동일했고 양팀 응원석에서 김강민의 응원가를 '합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안타 김강민~ 안타 김강민~ 안타 김강민~ 오오오오~ 김강민~ 오오오오~ 짐승 강민~ 오 김강민~"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은 1만 541명의 관중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김강민은 결국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안타를 때리지 못했지만 팬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SSG 관중석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팬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도 김강민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김강민은 이날 경기를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강민은 "오늘(26일) 대수비로 나가서 팬들과 인사했는데 내일 타석에 들어가면 또 인사를 해야 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오늘 타석에서도 인사를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안타까지 쳤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김강민이 23년 동안 홈 그라운드로 밟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방문팀 선수로 이곳을 찾아야 한다. "색달랐다. 내가 응원했던 선수들의 타구를 잡아야 하는 것이 많이 달랐다"는 김강민. 이어 김강민은 팬들이 자신의 응원가를 합창한 것에 대해서는 "뭉클했다. 감동적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신과 상대한 우완투수 조병현에 대해서는 "조병현의 볼이 좋았다. 볼이 좋아서 만만하게 칠 수 있는 공은 아니었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김강민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김강민의 팬클럽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기도 했다. 바로 친정팀을 상대하는 김강민을 응원하기 위해 선수들과 프런트에게 간식을 선물한 것.

김강민은 팬클럽의 선물에 "보내주신 성원에 너무 감사드리고,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문학에서 첫 경기를 갖게 됐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여기 문학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01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강민은 2006년 96경기에 나와 타율 .276 1홈런 14타점 8도루를 기록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7년 타율 .243 4홈런 18타점 19도루를 남기면서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보탬이 됐다. 2010년 타율 .317 10홈런 72타점 23도루로 맹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되면서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누린 김강민은 2014년 타율 .302 16홈런 82타점 32도루를 기록하고 FA를 선언, 4년 총액 56억원에 계약하면서 SK에 잔류했고 2018년 타율 .298 14홈런 46타점 10도루로 활약하며 팀이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공헌하기도 했다.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3점홈런을 폭발,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지난 해 타율 .226 2홈런 7타점 2도루를 기록한 것에 만족한 김강민은 올해 한화에서 2경기에 나와 타율 .200(5타수 1안타)을 기록 중이다. 통산 기록은 1921경기 1471안타 타율 .274 138홈런 674타점 209도루.

아직 김강민의 커리어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그가 42세의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유지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그의 커리어가 언제 끝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42세의 나이에도 데려가기를 원하는 선수. 아무리 KBO 리그에 여러 유형의 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선수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메이저리그를 누볐던 동갑내기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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