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추적]'입국거부'인가 '구단배려'인가, 한국行 망설이는 외국인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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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그들이 동요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집단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을 시작한 프로야구 10개 구단. 귀국 선수단 사이에 외국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너도 나도 한국 입국 대신 '고향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심각 국가, 한국 입국 거부다.

구단들은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자칫 외국인 선수 중 일부가 한국 입국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각한 시국이라 비상 상황에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비대칭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서둘러 외국인 선수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7일 가장 먼저 귀국한 LG 트윈스에서 지연 입국 소식이 먼저 알려졌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마친 LG 외국인 선수 윌슨, 켈리, 라모스가 한국 입국 대신 모국의 집으로 갔다. 윌슨은 미국 버지니아, 켈리는 애리조나, 라모스는 멕시코로 향했다.

타 팀도 속속 외인 선수 지연 합류를 발표했거나, 적극 검토중이다.

삼성 외인 3명도 8일 귀국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과 동행 하지 않았다. 오키나와를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뷰캐넌은 조지아, 라이블리는 플로리다 펜사콜라, 살라디노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

애리조나 투손 캠프를 마친 KT 외인선수들도 입국 대신 미국에 잔류한다.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멜 로하스 주니어는 8일 귀국길에 오르는 KT 선수단과 별도로 현지에 남았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마치고 10일 귀국을 앞둔 한화 이글스 외인들도 지연귀국 대열에 합류했다. 서폴드와 채드 벨, 호잉 등 외국인 선수들 역시 일단 미국에 머물다 개막 확정 후 합류하는 방안을 8일 확정했다. 10일 대만 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키움 히어로즈 외인 요키시, 브리검, 모터도 일단 한국 대신 당분간 미국에 머물 전망이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지연 입국.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코로나 사태는 강 건너 불 구경 같았다. 하지만 떠났던 팀들이 속속 돌아올 때가 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내 선수들이야 한국에서 돌아오는 게 당연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종목을 넘어 외국인 선수들의 집단 동요가 시작됐다. 겨울 스포츠 프로농구나 프로배구에서는 이미 외국인 선수들이 코로나19에 두려움을 느껴 짐을 싸서 돌아간 경우도 있다. 그 시점부터 프로야구 외인 선수들도 '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라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하기 시작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농구 KT 더햄이 시즌 중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간 이후 캠프중이던 야구 외인 선수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경우 외인 선수들이 먼저 한국 입국을 거부한 건 아니다.

다만, 선수 본인과 고향의 식구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감염 우려도 문제지만, 최악의 경우 한국에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대부분 미국에서 온 외국인 선수들은 미국이 향후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입국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때 마침 일본이 기습적으로 한국인 입국제한을 하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가중됐다. 갈 수 있을 때 미리 가 있는 편이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배구와 농구 등 타 종목 외인 선수들의 '컴 백 홈'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안감 확산에는 '용병 통신'도 한몫 했다. 소수자인 외국인 선수들은 소속 팀을 넘어 긴밀한 소통을 주고 받는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막고, 타국에서의 힘든 점을 공유하고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서다.

결국 구단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지연 입국'을 허락하고 있다. 명분이야 '걱정하는 가족을 만나게 하려는 배려'라고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팀과 떨어져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기 힘들다. 천재지변임을 내세워 끝까지 한국 입국을 거부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한국으로 무작정 데리고 올 수도 없다. 감염도 우려되고 타 팀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10개 구단 대부분의 외인 선수가 귀국하는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이유다.

사상 유례 없는 10개 구단 외인 선수들의 지연 입국. 코로나 사태가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판도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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