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갇힌 라바리니 "난 괜찮아, 한국위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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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집서 자가격리… 최근 주장 김연경과 화상 통화
"올림픽 연기 가능성 염두에 둬… 지금 중요한 건 모두의 건강"


밀라노가 속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 극심한 지역이다. 확진자(약 2만7000명)와 사망자(약 3500명) 수가 이탈리아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롬바르디아 주민 1000만명은 다음 달 15일까지 야외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정부의 명령을 받았다. 이 한복판에 스테파노 라바리니(41)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이 산다.

코로나에 포위된 라바리니 감독


라바리니와 김연경 -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왼쪽)이 작년 6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김연경에게 작전 지시를 하는 모습. 라바리니 감독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 북부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라바리니 감독은 23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나 역시 며칠째 집 안에만 갇혀 외출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다행히 나를 비롯해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은 아직 건강하다. 주변에서 엄청나게 늘어나는 희생자들을 보면 기적 같은 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월 태국에서 한국 대표팀의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고 나서 소속팀인 이탈리아 여자 1부 리그 부스토 아르시치오의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부스토 아르시치오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서북쪽으로 30여㎞ 떨어진 교외 도시다. 그의 팀은 5000여 홈관중석이 경기마다 꽉 들어찰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엔 사람의 발소리나 말소리는 거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누군가의 사망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만 쉼 없이 울린다고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3월은 최종 성적을 결정짓는 한창 바쁠 시기여서 어떻게 선수단을 운영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닥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브라질 프로팀 미나스에서 리그 4관왕을 달성하고 지난해 이탈리아 팀을 다시 맡은 그는 직전 시즌 리그 6위였던 성적을 2위로 끌어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정규 리그는 물론 유럽배구연맹(CEV)컵 대회 등 각종 대회가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외국인 선수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며 이탈리아를 황급히 떠났다.

향후 일정도 안갯속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까지만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로 계약했다. 당초 계획은 5월 중순 한국으로 와 국가대표팀 대항전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회를 올림픽 연습 경기 삼아 치르고, 7월 말 도쿄올림픽 본선까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VNL은 물론 올림픽 일정 자체가 흔들리면서 거취를 한 치 앞도 못 내다보게 됐다.

"한국의 어려움도 알아… 매일 기도"

라바리니 감독은 "개인적으론 올림픽이 1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면서 "주장 김연경을 비롯해 훌륭한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이 절정에 올라 있는 시기에 올림픽이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TV 중계로 보고난 뒤 올림픽 참가를 인생 최고의 꿈으로 그려왔다. 지난 1월 태국에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딴 직후에는 "올여름 도쿄는 내 배구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있을 때 좋은 성과를 내보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터키에 있는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최근 화상통화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모두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매일 한국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며 "이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고 한국 선수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선수들과 코트에서 투지 있게 싸우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그때까지 모두가 건강히 지내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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