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父子 야구인’ 장정석-장재영이 함께 걷는 길 그리고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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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父子 야구인’ 덕수고 투수 장재영(왼쪽)과 장재영 전 키움 감독이 29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최고 155㎞’ ML 데뷔 꿈꾸는 덕수고 장재영
-아버지 장정석 전 감독과 첫 동반 인터뷰
-“늦어질 수 있는 ML 진출? 순리대로 가겠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아버지는 “취재진 카메라 앞에서 아들과 나란히 선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멋쩍게 웃었다. 혹여 현장 야구인이라는 자신의 그늘이 아들에게 독이 될까 경기장에도 잘 가지 않았다며 한사코 사진 촬영을 거절하던 아버지는 그러나 “추억으로 남길 겸 함께 서보자”는 아들의 제안을 끝내 뿌리치지는 못했다.

한국야구의 초고교급 투수이자 메이저리그 진출 기대주로 손꼽히는 덕수고 3학년 장재영(18)을 29일 아버지 장정석(47)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함께 만났다. 완연한 봄기운 속에서 마주한 부자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면서도 곧장 다정한 포즈를 취해 보였다.

고교 마지막 해를 앞둔 장재영은 한국야구가 주목하는 초특급 유망주다. 신장 188㎝에서 내리꽂는 묵직한 150㎞대 직구와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 그리고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잠재력까지.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국내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장재영은 올해 메이저리그 도전과 KBO리그 진출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 지난해 장재영(왼쪽)은 청소년 국가대표로, 장정석 전 감독은 키움 사령탑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희재 기자◆장재영 “메이저리그 진출? 순리대로 밟아갈게요”

그런데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개막 연기로 수입원이 줄어든 메이저리그가 신인 드래프트와 국제선수 계약 규모를 축소하거나 미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KBO리그 역시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신인 드래프트 일정 자체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래대로라면 장재영은 6월 15일 마감되는 국제선수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또, 이와는 별개로 비슷한 기간 진행되는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선택을 기다리게 된다. 올해의 경우 서울권 구단들 가운데 제일 먼저 지명권을 행사하는 키움이 장재영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변수로 장재영이 세워놓았던 모든 계획은 현재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경우 프로 데뷔조차 늦어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장재영은 열여덟 답지 않은 의젓한 자세를 내보였다.

“메이저리그 일정과 관련된 소식은 현지 뉴스를 통해 계속해서 접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좋지 못하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리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나라에도 나와 같은 프로행 대기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좋은 결론이 나오리라는 희망을 안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서 준비를 하려고 한다.”

아버지 장정석 전 감독도 같은 의견이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던 장 전 감독은 “우리로선 확실한 일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학부모 그리고 야구인으로서 걱정은 크지만, (장)재영이 말대로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준비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부 환경이 순탄하지 못하지만, 높은 곳을 향한 부자의 꿈만큼은 변함이 없다. 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장재영은 “사실 지난해부터 내 기사 밑으로 달린 댓글들을 보면 마음이 조금 아팠다. 메이저리그 도전과 KBO리그 데뷔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것 아니냐는 악플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면서 “물론 내 첫째 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그러나 KBO리그 데뷔 역시 내 오랜 목표다. 키움을 향한 동경도 그대로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나는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잡음을 내지 않고 순리대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 장정석 전 감독(오른쪽)이 사진 촬영 도중 장재영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고봉준 기자◆아들에게 아버지 장정석이 “이제야 학부모 노릇 좀 하려고요

덕수고 진학 후 두각을 나타낸 장재영이 야구계로부터 더욱 큰 관심을 계기는 바로 야구인 2세라는 점이었다. 지난해까지 키움을 이끈 장 전 감독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장 전 감독은 자신의 그늘이 혹여 폐가 될까 봐 아들 근처에도 잘 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직접 본 아들의 경기는 5차례도 채 되지 않는다. 프로팀에서 오래 몸담으면서 시간이 잘 나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현역 감독으로서 경기장을 찾기가 부담스러웠다. 안 그래도 야구인 2세라는 보이지 않는 색안경이 있을 텐데 현장까지 따라간다면 뒷말이 더 생길 수도 있다고 봤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아들과 거리를 뒀던 장 전 감독. 그러나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사령탑에서 내려온 올해부터는 수험생 학부모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장 전 감독은 “그동안은 집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다. 사실 막내아들도 초등학교 6학년 야구선수라 어떤 날은 막내아들, 재영이 그리고 내 경기까지 하루 3게임을 볼 때도 있었다”면서 “올해에는 원래 공부를 하기 위해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시간이 생긴 만큼 재영이의 프로 진학을 제대로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미국 LA에서 진행된 덕수고의 전지훈련도 동행한 장 전 감독은 아들 자랑을 부탁받자 손사래를 쳤다. 아버지로서도 그리고 야구인으로서도 아들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장 전 감독은 “미국에서 아들을 지켜봤는데 나름 잘 던지더라. 20명 가까운 현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재영이를 지켜보는 모습도 아버지로서 뿌듯했다”고 수줍게 웃고는 “다만 아직은 나이가 어린 만큼 다치지 않고 잘 성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덕수고 장재영. ⓒ고봉준 기자◆아버지에게 아들 장재영이 “제가 잘해야죠”

구단 프런트로 일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장재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공을 잡아봤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동네야구에서였다. 여기에서 재미를 붙인 소년은 이듬해 정식 야구부원이 됐다. 5학년부터 시작해보라는 아버지를 눈물로 설득한 결과였다.

이후 유격수를 주로 봤던 장재영은 중학교로 넘어오면서 투수를 겸했고, 덕수고에서 본격적인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장재영은 “신월중 곽동성 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투수로 성장했다. 이어 덕수고로 온 뒤 첫 연습경기에서 시속 150㎞ 직구를 처음 던져봤다. 유격수 출신이라 팔로 던지는 편이 익숙했는데, 정윤진 감독님께서 하체 쓰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구속이 늘었다”고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이렇게 한 뼘씩 성장한 장재영은 이제 150㎞대 직구와 140㎞대 슬라이더, 120㎞대 커브를 고루 던지는 투수가 됐다. 1월 미국 전지훈련에선 최고구속 155㎞를 기록하며 20명 가까운 현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처럼 장재영을 더욱 혹독하게 성장시킨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장재영은 “아무래도 아버지가 야구계에서 오래 일하신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아버지 덕분이다’는 말은 듣기가 싫었다. 또 아버지에게 누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개막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지면서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장재영은 끝으로 “집 근처 안양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몸을 만들며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또, 올해 새로 구사하고 싶은 체인지업을 연마 중이다”면서 “코로나19로 모든 일정이 늦춰지면서 마음은 조금 심란하다. 그래도 외부 요인은 생각하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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