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코로나19가 만든 경제위기와 V리그의 고통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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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도 함께 찾아왔다. 2007~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빨리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스포츠산업이다.

이미 유럽의 축구시장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리그가 6월까지 정상화되지 못하면 5대 리그의 선수가치가 12조5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명문구단들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선수들의 연봉을 삭감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는 1200억원의 연봉을 선수들이 자진 삭감했다. 슈퍼스타 호날두도 51억원을 포기했다. 고통분담 차원이다. 내가 몸담은 팀과 무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호주머니를 연 선수들의 현실감각은 높이 살만하다.

배구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많은 팀들이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봉을 깎으려고 한다. 이 바람에 선수와 구단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유럽배구연맹(CEV)도 이 문제로 고민한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V리그만 예외일 뿐이다. 2019~2020시즌이 조기에 중단됐지만 외국인선수 어느 누구도 시즌중단으로 인한 연봉삭감도 임금체불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는 예상 외로 많은 남자선수들이 지원했다. KB손해보험에서 활약했던 알렉스를 비롯해 요스바니, 바로티 등 V리그를 경험했던 이들은 코로나19의 태풍을 피해갈 안전한 곳으로 V리그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앞으로 3년간 남자부는 샐러리 캡이 해마다 5억원씩 올라간다. 여자부도 14억원에 머물렀던 샐러리 캡이 대폭 올라갈 것은 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V리그는 여전히 따뜻한 온실 속이다.



코로나19가 만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은 힘들다. 항공·여행·호텔산업은 심각하다. 제2금융권도 전망이 좋지 못하다. 프로배구단을 보유한 몇몇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직원들의 무급휴직과 임원들의 임금삭감 같은 대책이 나왔다. 밖은 엄동설한인데 V리그만 영원히 온실 속에 있으라는 보장은 없다. 힘든 상황이 오기 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

구단의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은 선수단과 관련된 비용이다. 연봉과 훈련·숙식비용뿐만이 아니다. 관례라는 이유로 사용되는 액수도 상당하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들면 구단이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만일 지금 당장 모기업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거나 끊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V리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팀이 있었다.

위기상황에서 삭감의 칼날은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간다. 팀 운영비의 가장 높은 비율인 선수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다. 프로축구는 이미 그런 아픈 경험을 했다. 2020년 한일월드컵 성공의 샴페인을 일찍 마셨던 프로축구는 모기업의 관심이 줄어들자 구단의 해체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태풍이 불어오기 전에 대비하는 심정으로 V리그의 선수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다.

V리그가 더 오래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고액연봉의 선수들이 앞장서서 현명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대중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내 것을 먼저 내놓고 조금 덜 받고 최대한 아낄 방법을 찾아야 모기업과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내게도 필요하지만 이제 막 배구를 시작한 꿈나무와 낮은 연봉의 동료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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