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이용규 선배가 내 야구인생 전환점"…한화 후배의 찬사
"이 선배를 만난 것이 내 야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남을 것 같다."
한화가 '제2의 김태균'으로 육성하고 있는 거포 유망주 노시환(20)은 올해 스프링캠프가 끝나갈 무렵 팀 선배 이용규(35)를 두고 이런 표현을 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규는 이 말을 전해 듣고 짐짓 "시환이가 사회생활을 참 잘한다"면서도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노시환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한 한화 1차 캠프에서 이용규와 같은 방을 썼다. 방장인 선배가 매일 저녁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출근하자 방졸인 후배도 멋모르고 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작은 체격으로 훨씬 더 무거운 중량을 손쉽게 들어 올리는 선배를 발견하고 혀를 내둘렀다. 그 비결을 묻는 후배에게 선배는 그저 "십수 년을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프로 첫 해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이제 2년 차를 맞이한 노시환에게 그 말은 큰 깨달음을 안겼다. 한화가 애리노나주 메사로 캠프지를 옮기면서 베테랑 선수들은 방을 혼자 쓰게 됐지만, 더 이상 룸메이트가 아닌 이용규와 노시환의 야간 합동 웨이트 트레이닝은 꾸준히 계속됐다.
이용규는 그런 노시환이 기특하기 그지 없다. 선배의 장점을 보고 따라하려는 자세 자체가 노시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사실 나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릴 땐 '내 것'이 없기 때문에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캠프에 오면 시키는 것만 해도 몸이 힘들고 잠도 많아진다"며 "시환이도 지금까지 1군에서 풀타임을 뛴 적이 없고 자기만의 운동 방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니, 내 스케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두 배로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해온 게 있기에 내 훈련의 밸런스가 잡혀 있고, 내가 짠 스케줄은 어떻게든 전부 다 마무리해야 잠을 잘 수 있는 성격이다. 힘들어도 그동안 해왔던 대로 몸이 반응하면서 그 길로 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내 것을 따라하느라 힘들겠지만, 이런 식으로 내게서 좋은 점을 가져 가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점을 버리고 시환이도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흐뭇해했다.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은 늘 '후배들을 앞장 서 챙겨야 한다'는 주위 시선에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솔선수범'이나 '본보기' 혹은 '조언' 같은 단어가 고참 선수들의 의무이자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빠져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후배들이 원하지 않는 조언은 그저 잔소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는 이중 잣대까지 존재한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삶이다.
이용규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조심스러워 한다. 그는 "나 역시 후배들을 개인적으로 챙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리보다 현역 때 더 좋은 기록을 남기신 담당 코치님들이 각 파트별로 계신데 내가 그라운드에서 조언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 내가 너무 나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버리면 어린 친구들이 중간에서 헷갈려 할 수도 있고, '고참이라고 애들 가르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중립을 지키는 게 정말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먼저 다가오고, 먼저 물어보는 후배에게는 언제든 입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올해 주장을 맡은 뒤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쓰고 있기에 더 그렇다.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지를 치켜 세우는 '엄지 척' 세리머니도 이용규가 올해 만들어낸 세리머니다.
그는 "누구든 먼저 와서 질문을 던진다면 언제든 '오케이'다. 시환이에게도 그랬듯이,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자기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 그런 것들을 알려주려고 하는 거다"라며 "우리 팀 선수들이 다들 참 착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좀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더 밝아지고, 눈치는 덜 보고, 과하지 않게만 승부욕을 표현하는 모습을 올해는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주장의 바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