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묶인 사직구장 흙…코로나19가 미룬 보수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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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사직구장에 깔렸어야 할 새 흙이 배편에 묶여 들어오지 못했다.

‘내야 잔디·흙 교체’는 롯데 성민규 단장이 취임 당시부터 내걸었던 역점 사업이었다. 롯데의 불안한 내야 수비는 지난해 팀을 꼴찌(48승3무93패)로 이끈 원흉이었다. 리그 최다 실책(114개)의 여파는 마운드의 연쇄 붕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비시즌 전력 보강의 중심은 내야에 있었다. 안에서는 딕슨 마차도, 안치홍, 지성준 등 내야 자원을 차례로 영입했고, 밖에서는 이들이 뛸 그라운드를 재정비 작업에 나섰다. 시의 반대에 부딪혀 잔디를 바꾸는 건 무산됐으나, 흙만큼은 성 단장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허가를 받아냈다. 2015년 12월 이래 5년 만에 내야 흙을 바꾸기로 결정이 났다.

원래대로라면 개막일(3월 28일)을 앞두고 이미 흙 교체가 완료됐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 삽을 뜨지 못했다. 당초 3월 중순에 맞춰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흙을 실은 선박이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해운사에서 출항을 취소했다. 이런 무역선의 경우 도착지를 비롯한 주변국에서 물건을 실어 출발지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너무 심했던 탓이다

그래도 팀 간 연습경기가 시작되는 4월 7일에는 새로운 내야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흙을 실은 선박이 지난 25일 입항해 통관을 거치고 있다. 이 절차는 짧으면 하루, 길면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흙을 받는 대로 사직구장에서도 공사에 들어간다. 오는 27~31일 사이에는 완료될 예정이다. 성 단장은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봐도 사직구장 내야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생긴다고 들었다. 알아보니 흙 성분이 다른 곳과 조금 다르더라”며 “안 그래도 내야 수비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어린 선수들도 많다. 편안하게 내야 수비를 보게 하려면 비교적 균일한 바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게 필요했다”고 역설했다.

롯데가 새로 사용할 흙은 ‘퍼시픽 인필드믹스’라는 제품이다. 클레이 함유량이 적고 모래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한 번 수분을 공급하면 4시간 정도는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제품의 경우 물을 뿌려 놓으면 초반에는 너무 질다가 막판에는 말라 딱딱해지곤 했다. LA 에인절스,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퍼시픽 인필드믹스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 SK, KT 등 비교적 최근에 구장을 만든 국내 구단들도 같은 흙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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