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다 틀렸다' 일본 천재 타자들 뛰어 넘은 이정후, '꿈의 1억달러' 어떻게 넘었나. 왜?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초대박'이다. 한국의 천재 타자 이정후가 일본의 천재 타자들을 넘어서는 '빅딜'에 성공했다. 예상을 비웃듯이 훌쩍 뛰어넘는 거액의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미국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6년 1억1300만달러 조건이며 4년 후 옵트 아웃"이라고 전했다. 뒤이어 'MLB.com' 등 다른 주요 스포츠 전문 매체들도 이정후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공식 발표나 이정후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인 이정후는 FA가 아닌 포스팅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KBO리그 MVP에 오른 후 소속팀인 키움 구단과 상의한 끝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합의했고, 키움이 지난달 22일 필요한 서류를 KBO 사무국에 제출했다. KBO 사무국은 24일 MLB 사무국을 통해 30개 구단에 포스팅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5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공식 포스팅이 되면서 30일간의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의 달인'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한 이정후는 최근 미국으로 직접 건너간 상태였다. 최종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구단 중 하나다.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 10월 이정후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재활을 끝내고 경기에 나섰을 때도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서있었다. 푸틸라 단장은 관중석에서 이정후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사실 이미 이정후에 대한 전력 분석은 끝낸 상태고, 이정후가 올 시즌 부상 후 수술과 재활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 분석 차원에서 이정후를 살펴본 것이 아니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만큼 이정후 영입에 관심이 있고, 단장이 직접 한국에 날아가 그의 키움 고별전을 지켜볼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에서 '오타니 대전'이 끝난 후, 시선은 야수 최대어 중 한명인 이정후에게 쏠렸다.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기 위해 나선 구단들이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다. 마지막까지 나선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의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최종 결과는 LA 다저스의 승리였다. 다저스와 오타니는 10년 7억달러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고, 오타니 영입에 실패한 구단들은 곧바로 다음 타겟을 공략했다. 그게 바로 이정후였다.
언론을 통해서는 마지막까지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파전이 예상됐었다. 둘 다 외야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후안 소토를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양키스에 보내면서 외야에 공백이 생겼다. 페이롤에도 여유가 생긴만큼 이정후 영입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또 샌디에이고는 현재 이정후의 가장 절친한 선배이자 전 소속팀 동료인 김하성이 주전 내야수로 뛰고 있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많고, 친숙해지기 쉬운 환경이라 샌디에이고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정후에게 가장 꾸준히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온 샌프란시스코가 1억달러가 넘는 총액을 안기면서 계약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구단 담당 기자인 데니스 린은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이정후 계약은 이적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투수 보강도 원하는 샌디에이고에게는 그정도의 여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계약 불발 이유를 예상했다.
이정후의 계약 금액은 역대 아시아 선수로는 오타니 쇼헤이, 다나카 마사히로에 이어 3번째에 이른다.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면 순위가 4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한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시작하자 주목해야 할 외야수 FA로 선정하면서 계약 규모는 총액 기준 최소 5000~6000만달러(약 661억~793억원)로 내다봤다. 예상 계약 기간은 4~5년 수준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에 합의를 이른 계약 기간과 금액은 이를 훌쩍 넘는다. 몸값 경쟁이 붙으면서 예상 총액의 2배 이상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소속팀인 키움은 포스팅 이적료로만 1888만5000달러(약 250억원)를 받게 되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적료는 이정후 계약 연봉과는 별도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 지급한다. 실질적으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지출은 1억1300만달러+1888만5000달러가 되는 셈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일본인 타자들과 비교해도 이정후의 계약이 더 우위다. 일본의 국가대표 선수들이자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를 평정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가 가장 구체적인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 스즈키가 2022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할 당시 5년 총액 8500만달러였고, 요시다는 1년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면서 5년 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둘 다 일본의 천재 타자들이다.
스즈키와 요시다의 사례를 들어, 미국 언론에서는 이정후의 몸값이 이들보다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후가 보여준 그동안의 커리어가 대단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KBO리그와 NPB의 리그 수준 차이도 직접적으로 비교를 당했다. 한 미국 매체는 "KBO리그는 더블A와 트리플A 사이 수준"이라고 혹평했고, NPB 보다 레벨이 낮은 리그이기 때문에 이정후의 몸값 측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를 비웃듯 1억달러를 돌파하면서 '꿈의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서도 한일전이 끝난 후 따로 만나 배트를 교환하고, "메이저리그에서 꼭 만나자"고 인사를 할 정도로 이정후와도 친밀한 사이인 요시다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로 인정을 받은 상태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턴의 계약이 '오버페이'라는 논란이 일었었다. 원 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에 줘야 하는 포스팅비까지 포함하면 총액이 1억540만달러(139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요시다는 빅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오버페이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140경기에서 155안타-15홈런-72타점. 타율 2할8푼9리, 출루율 0.338, 장타율 0.445, OPS 0.783을 기록했다. 타율로는 아메리칸리그 전체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정후도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히려 신체 조건이나 적응력은 요시다보다도 더 유리한 입장이다. 1993년생인 요시다에 비해 다섯살이나 어리고, 신장과 체격 등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 여기에 중견수 수비까지 가능하고 수비 능력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장타력까지 겸비했다.
이정후의 일본인 타자들의 계약 조건을 뛰어 넘는 1억달러 돌파는 KBO리그에도 상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 선수들과 비교해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이 과거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정후를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KBO리그 선수들에게 새로운 교본이 될 수 있고, 기준점이 세워질 수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한국 야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