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몸값 해낼 수 있을까
[MLB]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계약 체결, 만39세까지 평균 7000만 달러 보장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CF)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FC바르셀로나와 6억7400만 달러라는 역대 스포츠 선수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FC)도 작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나스르와 5억3700만 달러라는 놀라운 액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천하의 '메날두'도 이제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아니다.
10일 메이저리그 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가 LA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FA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올해 투수로는 10승, 타자로는 44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투타 모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오타니는 팀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의 12년 4억2650만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고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 처음으로 몸값 '7억 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다.
1994년으로 현재 만29세인 오타니는 만39세가 되는 오는 2033년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된다. 아무리 오타니가 자신의 연봉 중 상당부분을 추후에 받기로 했다 해도 다저스 입장에서 부담이 매우 큰 계약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년부터 다저스의 새로운 얼굴이 될 오타니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만큼 자신이 계약을 맺은 10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까.
▲ 오타니는 10년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으로 다저스에 입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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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는 장기계약
장기계약이 활성화된 메이저리그에서 FA대어나 팀 내 간판스타, 또는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장기계약 체결 후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모범 FA'들도 적지 않지만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부상과 기량하락 등 크고 작은 이유들로 인해 구단으로부터 받은 연봉만큼 활약을 해주지 못하면서 팬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은 2010년 4월, 2005년 신인왕과 2006년 내셔널리그 MVP를 비롯해 두 번의 홈런왕과 세 번의 타점왕에 오른 거포 라이언 하워드와 5년1억25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하워드는 장기계약 시작과 함께 부상으로 2년 동안 시즌을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머지 3년 동안에는 2할 대 초반의 타율에 25개 내외의 홈런을 기록하는 '공갈포'로 전락하며 2016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한 12년 동안 타율 .326 469홈런1397타점을 기록했던 알버트 푸홀스는 매년 'MVP급' 성적을 올리기로 유명한 타자였다. 에인절스가 리그 최고의 타자 푸홀스를 10년 2억2400만 달러에 영입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푸홀스는 에인절스에서 활약한 10년 동안 타율 .256 222홈런783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 시절을 빼면 푸홀스의 성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전성기 시절 '천재타자'로 불리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4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2007시즌이 끝나고 양키스와 10년2억7500만 달러의 장기연장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연장계약 후 은퇴할 때까지 9년 동안 178홈런583타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에이로드는 베리 본즈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기록(762개)은 물론이고 당연하게 보였던 700홈런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현역생활을 마감했다(통산 696홈런).
입단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부상의 악령 때문에 재능을 완전히 꽃 피우지 못한 대표적인 선수다. 2015 시즌이 끝나고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1억75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체결한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다승왕과 함께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커리어의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는 부상으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단 8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10년 계약 '블루 오타니', 꾸준함 증명해야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로 유명했던 오타니는 2017시즌이 끝나고 에이절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사실 일본에서 7시즌을 채웠더라면 오타니도 대형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오타니는 조금이라도 빨리 빅리그에 진출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7억 달러 계약을 맺은 현재 돌아보면 당시 오타니의 선택은 매우 현명했던 셈이다.
오타니는 입단 첫 해부터 투수로 4승2패 평균자책점 3.31, 타자로 22홈런61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선정됐다. 2년 차 시즌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타자로만 나서 18홈런62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오타니는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투수로 1패37.80, 타자로 7홈런24타점을 기록했고 그 때부터 투타겸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2021 시즌 대활약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날려 버렸다.
오타니는 2021년 투수로 9승2패3.18, 타자로 타율 .257 46홈런100타점103득점을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MVP에 등극했다. 오타니는 작년에도 시즌 15승과 함께 34홈런95타점을 기록했고 올해는 투수로 10승5패3.14, 타자로 타율 .304 44홈런95타점102득점의 성적으로 생애 두 번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FA가 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구단 중 하나인 다저스와 7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정규리그 100승을 거둔 전력에 내년부터 오타니가 가세한다면 다저스는 엄청난 전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프레디 프리먼과 무키 베츠, 오타니로 구성될 중심타선은 상대에게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오타니는 투수로서도 훌리오 우리아스(가정폭력)와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이상 팔꿈치 수술) 등이 이탈한 선발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물론 내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려면 선발진은 추가보강이 필요하다-기자주).
문제는 오타니의 계약기간이 무려 10년이라는 점이다. 만약 오타니가 부상으로 전성기 구간 1~2년을 날리거나 예상보다 빨리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찾아온다면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은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에인절스 시절 지금껏 메이저리그에서 본 적 없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야구팬들을 놀라게 한 오타니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차례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