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선수 수명, 지도자 기피 현상에…“쓸 만한 코치 없나요?” 기근 심화에 고민하는 한국 축구[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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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쓸 만한 코치 없나요?”

최근 국내에서 감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지도자 사이 화두 중 하나가 ‘코치 기근 현상’이다. 함께하거나 하고 싶은 코치가 부족해 쉽게 사단을 꾸리기 어렵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승강제 출범 후 1, 2부를 합쳐 총 25개로 팀이 늘어나 지도자는 더 필요한데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코치가 부족한 이유는 여럿 있다. 먼저 선수 수명의 비약적 증가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늦게 은퇴한다. 스포츠 과학, 의학 발전 속 선수는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됐고, 옛날에 비해 혹사, 무리한 출전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은퇴하는 나이도 늦어진다. 2부 리그 출범 후 팀이 늘어나면서 현역 생활을 연장할 기회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사례는 많다. 1983년생으로 불혹이 된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대행은 올해 은퇴했다. 축구화를 벗은 대구FC의 이근호(38)도 불혹을 바라본다. 공식적으로는 은퇴하지 않은 울산 현대 박주영 플레잉코치도 이근호와 동갑이다. 이용(수원FC·37), 최철순(전북 현대·36), 이청용(울산·35) 등도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이청용의 친구인 기성용(FC서울),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도 여전히 현역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하는 게 자연스러운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대거 피치를 누비면서 코치 자원은 점점 줄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하면 막내 코치로 시작해 감독 꿈을 꾸는 게 일반적인 코스였다.

시대가 변했다. 최근에는 코치 기피 현상이 심화해 은퇴 후 클럽을 차리거나 축구 교실을 열어 개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에이전트, 스카우트 쪽으로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봉에 고생스러운 코치 대신 삶의 질과 수익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2002 멤버 중에서도 지도자 대신 행정 쪽으로 빠진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경력 있는 코치는 희귀해졌다. 국내에서 활약 중인 코치 중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는 축구대표팀 차두리, 수원FC 이정수, 강원FC 정경호(이상 수석코치), 인천 유나이티드 김재성 코치, 제주 유나이티드 정조국 전 감독대행, FC서울 김진규 감독대행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더 많아야 하는데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희소성 있는 존재가 됐다.

이는 지도자 양성 측면에서도 한국 축구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K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는 감독은 대부분 긴 시간 코치경험을 쌓았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광주FC 이정효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대전하나시티즌 이민성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바닥에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고 나름의 철학을 정립해 감독으로 역량을 발휘한 이들이다. 연령대 대표팀으로 보면 김천 상무 정정용 감독이 오랜 시간 전임 지도자로 활약하다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준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김은중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도 꾸준한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사령탑에 올라 올해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반면 제대로 된 코치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았다 성과를 내지 못한 이들도 있다. 축구계에서는 이들의 실패를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일부 팀은 정치적인 이유, 혹은 사무국의 입맛에 맞는 운영을 위해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소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다루기 쉬운 감독을 찾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 역시 능력 있는 코치 육성을 막는 요인이 된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지도자 육성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의 처우 개선,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착실하게 단계를 밟으려는 의지, 역학 관계가 아닌 실력을 보고 영입하는 구단의 방향성 등이다.

K리그1, 2를 오가며 오랜 기간 코치로 일한 한 지도자는 “주변을 보면 코치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감독부터 하려는 후배가 많다. 안타깝다. 코치를 해보면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 감독으로 일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구단도 편의를 위해 그런 지도자를 쓰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K리그를 보면 단계를 밟은 감독이 결국 성공한다. 순리, 상식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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