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서건창에 손 내민 키움 "얼마나 고민되겠나, 기다려주겠다"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얼마나 고민이 될까요. 조금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의 가장 큰 화두는 프랜차이즈 스타 서건창(34)의 복귀 여부다.
2024시즌을 대비하는 키움 오프시즌의 겨울 테마는 기다림이다. 아리엘 후라도(27), 로니 도슨(28)과 재계약을 추진 중이고, 이안 맥키니(29)를 대신할 새 외국인 투수와 계약은 마무리 단계다. FA를 선언한 임창민(38)과 이지영(37)에는 시장을 돌아본다는 선수들의 의지를 존중한 상태다.
기다리는 연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년 전 떠나보낸 프랜차이즈 스타 서건창이다. 키움은 2021년 7월 LG 트윈스로부터 투수 정찬헌(33)을 받고 서건창을 내주는 일대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서건창 개인으로서는 12년 만에 친정팀 복귀였다.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그해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이 경기는 2011년 겨울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갈 때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뛴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였다.
복귀 첫해 전 경기에 출전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2021년 타율 0.253, 2022년 타율 0.224, 2023년 타율 0.200으로 성적은 계속해서 추락했다. 결국 LG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제패의 기쁨을 누린 뒤 지난달 25일 또 한 번 방출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상실감이 큰 서건창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전 소속팀 키움이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의사는 전달했고 서건창이 결정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아직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항상 선수가 부족한, 특히 더그아웃에 야구 내·외적으로 힘이 돼 줄 베테랑이 필요한 키움이 매년 11월이면 보이는 행보다. 베테랑들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 했고, 실력만 입증한다면 언제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키움은 매력적인 팀이었다. 키움은 그런 베테랑들에게 가장 먼저,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주는 전략으로 다가갔다. 2년 전 한화 이글스로부터 방출당한 이용규(38),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나온 임창민을 영입할 때가 대표적이다. 2년 전 이용규는 "단장님(김치현 전 단장)께서 직접 오퍼를 주셨다.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고 영입 비화를 밝혔고, 이후 단장은 바뀌었으나, 임창민, 서건창 때도 영입 기조는 같았다.
이용규(왼쪽)과 임창민./사진=OSEN
결과를 낸다면 확실하게 보상하면서 확실히 예우한 팀 또한 키움이었다. 연봉 1억 원에 합류한 이용규가 2021년 133경기 타율 0.296, 88득점 16도루, 출루율 0.392 장타율 0.373 OPS 0.764로 활약하자, 2022년 연봉을 무려 300% 인상한 4억 원으로 책정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연봉 1억 원을 받은 임창민도 51경기 2승 2패 1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51로 히어로즈 뒷문을 단단히 틀어막고, 키움으로부터 상향된 오퍼를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키움에도 서건창은 조금 특별했다. 비록 지난 3시즌을 LG에서 활약했으나, 서건창이 박병호(KT 위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 등과 함께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 교수(서건창+교수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고척스카이돔에는 여전히 서건창의 등 번호 14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오는 팬들이 보이고, 최근 만난 한 선수는 "서건창 선배님 정말 오세요? 오시면 저는 정말 좋죠. 꼭 같이 뛰고 싶습니다"라고 반색했다.
그만큼 서건창이 히어로즈에서 남긴 임팩트가 강렬했고 눈부셨다. 입단 첫해인 2012년 127경기 타율 0.266, 39도루, 출루율 0.342 장타율 0.367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4년에는 육성선수-방출생 신화의 정점을 찍었다. 128경기 타율 0.370(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출루율 0.438 장타율 0.547로 이종범(196안타), 이승엽(126득점)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고, 타격 3관왕, 골든글러브, 정규시즌 MVP 등 상을 싹쓸이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그의 통산 안타 중 91%(1236안타)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작성한 것이었다.
출전 기회가 확실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돌아오면 2루에는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 최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베테랑 최주환(35)이 있다. 하지만 김혜성의 유격수 이동, 최주환의 1루 전환 등 변수는 남아 있고, 마땅한 지명타자감이 없는 키움으로서는 서건창이 본래의 타격 능력만 발휘해 줘도 성공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자리든 주전을 따낸다면 그만한 명예회복도 없다. 하지만 키움은 서건창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다려줄 생각이다.
고형욱 단장은 "서건창 본인이나 팀, 또 팬들을 위해서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시 선수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지도자 등 제2의 인생을 생각한다면 그 길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먼저 영입을 제의한 취지를 밝히면서 "결정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얼마나 고민되겠나. (그 마음을 알기에) 기다려주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키움 시절 서건창(왼쪽)과 김혜성.
서건창.
기사제공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