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일하게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축구를 앗아갔다.
축구의 계절이 찾아왔지만 축구를 볼 수 없다. 세계를 누비는 한국 축구 선수들도 볼 수 없다. 선수 대부분이 격리된 상태에서 개인 훈련, 팀 훈련을 하거나 집콕이다. 간간히 집콕하고 있는 일상을 알릴 뿐이다.
한국 K리그는 개막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옆나라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도 마찬가지다. 축구의 대륙 유럽도 멈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은 한국으로 입국한 상태고, 프랑스 리그앙 황의조(지로댕 보르도) 독일 분데스리가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 활약도 볼 수 없다. 미국도 정지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역시 리그가 중단돼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의 모든 축구선수가 스톱된 것은 아니다. 집콕이 아니라 시즌이 진행 중이고, 주전경쟁을 펼치며, 경기에 열심히 나서는 한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20세 김준영.
지금껏 단 한 번도 청소년대표 등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무명의 선수. 이런 그가 도전에 나섰다. 도전무대는 유럽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 5대 리그는 자신과 동떨어진 무대였다. 그렇다고 축구의 본고장 유럽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가 선택한 곳은 동유럽의 벨라루스였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미지의 장소일 수 있으나 김준영에게는 꿈과 같은 무대다. 이곳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성장한 뒤 더 큰 유럽 무대 진출을 상상하고 있다.
김준영은 한양대에서 2년 동안 해결사로 활약한 뒤 올해 2월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 '명가' 중 하나로 꼽히는 디나모 민스크에 입단했다. 172cm의 키에 빠른 침투력과 발재간을 앞세운 공격력이 강점으로 꼽힌 윙포워드 김준영을 디나모 민스크가 주시한 뒤 영입한 것이다. 김준영은 한국 축구 선수 중 벨라루스에 입성한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준영이 입단한 디나모 민스크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연고로 하는 팀으로, 1927년 창단해 벨라루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리그 우승 7회, 벨라루스컵 우승 3회 등을 일궈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참가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유럽에서 유일하게 리그를 강행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18일 개막한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는 2라운드를 진행했다. 3월 31일 기준으로 벨라루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4명, 사망자는 0명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같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리그 강행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김준영은 그 속에서 살고있다. 그가 할 일은 오직 하나다. 열심히 뛰는 것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벨라루스 국가와 정부가 허락했고, 축구협회와 축구연맹이 시행하며, 구단이 동의했다면 선수는 어떤 조치가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맞다.
'신인' 김준영은 그 누구보다 간절한 상황이다. 20세의 어린 청년이 이 먼 타지에 독한 마음을 품고 가족 없이 홀로 와 있다. 디나모 민스크와 계약기간은 1년.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팀 적응과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쟁이 계속된다. 악조건과 부정적 시선 속에서도 꿈을 위한 도전을 멈출 수 없다. 그에게는 언제 다시 오지 않을 절박한 기회일 수 있다. 유럽 유일의 리그 진행 국가에서 모든 것을 걸고 뛰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30일 어렵게 김준영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벨라루스에 들어온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적응을 잘 하고 있다. 벨라루스로 오기 전 디나모 민스크 동계훈련을 함께 했다. 1차는 러시아에서 2차는 터키에서 했다"며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 축구에도 적응하고 있다.
김준영은 "중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한국에서만 축구를 해서 한국 스타일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유럽에 오니 한국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공격하고, 수비하고 등 축구 하는 건 똑같은데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도 전방에서 더 적극적으로 많이 싸워주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은 디나모 민스크에 입단한 뒤 리그와 컵대회를 모두 포함해 4경기에 뛰었다. 이중 선발은 1경기, 교체가 3경기였다. 지난 달 29일 열린 디나모 민스크와 FC 민스크의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 최대 라이벌전인 '민스크 더비'에도 출전했다. 아직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데뷔 시즌치고 출발이 나쁘지 않다.
그는 "후반에 들어간 경기가 3경기, 선발로 1경기에 나섰다. FC 민스크와 경기에서는 후반 45분을 뛰었다. 바테라는 팀과 할 때도 많은 이슈가 됐다. 중요한 경기에 나서면 더 집중되는 것 같다. 4경기를 뛰었는데 아직 골을 넣지 못했다. 뛴 시간을 따지면 한 경기 조금 넘는 시간이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공격수인데 골을 빨리 넣고 싶다. 한 골이 터져야 그 다음 골도 나올 것 같다. 항상 골을 넣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나라지만 김준영에게 벨라루스는 감사한 나라다. 그에게 유럽 축구를 경험할 기회를 준 국가다.
김준영은 "청소년대표팀 등 대표팀 경력이 전혀 없다. 이런 내가 바로 유럽의 유명한 팀에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많은 분들이 도와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어렵게 왔다. 이곳까지 온 이상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 큰 꿈은 벨라루스에서 성과를 이룬 다음의 일이다.
김준영은 "1년 계약을 했다.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나 역시 빅리그를 꿈꾼다. 하지만 일단 디나모 민스크 소속으로 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내가 지금 해야할 역할이다. 몇분을 뛰더라도 나는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역할을 잘 해낸 뒤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멈추지 않고 더 좋은 팀으로 가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럽에 있으면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결연함을 드러냈다.
한국의 모든 선수들이 멈춘 사이 김준영은 홀로 다시 그라운드로 나설 예정이다.
오는 4일 디나모 민스크는 토르페도 벨라스 조지나와 리그 3라운드를 펼친다. 디나모 민스크는 시즌 개막 후 2연패를 당하며 16개 팀 중 13위에 처져있다. 반전이 필요한 경기. '신인'이 사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