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프로농구 '올타임 넘버원' 자격이 충분한 이유
"(양)동근이 형이 우리나라 올타임 넘버원 아닌가요"
양동근(39)이 개인 통산 6번째 KBL 우승을 달성한 작년 4월21일 공식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대성이 남긴 말이다.
양동근은 이대성의 말을 듣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대성은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기록이 말해준다. 그리고 이 나이까지 이 정도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는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로 양동근이 남긴 업적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양동근은 울산 현대모비스의 프렌차이즈 스타다.
2004-2005시즌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프로 2년차였던 2005-2006시즌에는 서장훈과 함께 정규리그 공동 MVP에 올랐다. 다음 시즌에도 MVP를 차지한 양동근은 기세를 몰아 팀 우승을 이끌었다. 사상 첫 만장일치 챔피언결정전 MVP로 이름을 올렸다.
양동근은 프로 데뷔 세 시즌 만에 MVP 트로피 3개와 1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이후 양동근은 우승반지 5개를 추가했다. 2009-2010시즌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정상에 올랐고 2012-2013시즌부터는 대망의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2018-2019시즌에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또 한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양동근은 정규리그 MVP(4회), 챔피언결정전 MVP(3회), 정규리그 베스트5(9회), 챔피언결정전 우승(6회) 등 부문에서 KBL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양동근은 프로 14시즌동안 정규리그 통산 665경기에 출전해 평균 11.8득점, 5.0어시스트, 2.9리바운드, 1.5스틸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만 놓고 보면 그리 화려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이래 '토종' 가드는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인선수의 조력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기록이다.
정규리그 통산 500경기 이상 출전해 양동근보다 높은 평균득점을 올린 역대 가드는 김병철(556경기 13.0득점) 한명 뿐이다.
게다가 양동근에게는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전태풍은 한때 양동근을 '짐승'이라고 불렀다. 수비에서 압도적인 활동량을 자랑하는 양동근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았다.
프로농구 역사상 양동근처럼 공수 양면에서 높은 공헌도를 발휘한 선수는 많지 않다. 특히 기복없는 그의 수비 공헌도는 '모비스 왕조'의 기틀이 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나이가 들어도 코트 위에서 쏟아내는 에너지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양동근은 승부처에 강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빅 샷'이 양동근의 손에서 터질 때가 많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추격의 희망을 되살린 4쿼터 막판 3점슛의 주인공 그리고 승부를 뒤집은 김종규의 결승 득점을 어시스트한 주인공 모두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였다. 강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이 트레이드 마크인 울산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이 뛴 14시즌동안 무려 6번이나 우승했다.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가 왜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릴 자격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