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정말 소중하죠, 무관중 경기 때 느꼈어요”
[서울신문]
현대건설 첫 시즌서 리시브 리그 3위
팀 1위에 기여… 유니폼 매출 30% 차지
“연봉 샐러리캡 올리면 선수들 더 뛸 것
은퇴 뒤 체육 쌤 말고 애견카페 할까요”
현재 대한민국 프로배구 최고 인기 선수 중 한 명은 현대건설 고예림(26)이다.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시즌 97벌 판매됐던 유니폼이 이번 시즌에는 450벌 팔렸는데 그중 126벌이 고예림 선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이었다. 그가 현대건설로 이적한 지 1년도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인기라 할 만하다.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여자배구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데는 유일하게 영입한 ‘고예림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예림은 이적하자마자 KOVO컵 결승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으며 이번 시즌 리시브 리그 3위를 차지했다.
서울신문은 8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고예림의 심경을 들어 봤다.
-코로나19로 비시즌 생활이 예년과 어떻게 다른가.
“원래는 시즌 때와 똑같이 평일에 운동하고 주말에 쉬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한 달 넘게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시즌 조기 종료로 우승은 못 하게 됐는데.
“어쩔 수 없는 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우리가 여태까지 해 왔던 게 없어지니까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무관중 경기로 열렸을 때는 팬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팬들의 인기를 실감하나.
“많이 실감한다. 예전에는 남성팬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여성팬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선물도 많이 주신다. 도로공사에 있을 때는 팬카페도 있었다.”
-객석으로 가서 직접 배구공에 사인해 주는데.
“고마워서 그런다. 팬들 덕분에 경기가 잘되기 때문에 최대한 (팬서비스에) 노력하고 있다.”
-새 직장 현대건설은 어떤가.
“밝은 에너지가 많은 거 같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시너지 효과로 기세가 확 올라가는 팀이다. 운동하다가 중간에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같이 멈추고 대화를 한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문화가 잘돼 있다.”
-이번 시즌 리시브 리그 3위를 기록했는데.
“목적타를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당황은 했지만 금방 나아졌다.”
-시간차 공격이 31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데.
“나는 파워 있게 공격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걸 때리려고 준비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블로킹을 조금이라도 피해서 때리려면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면 유리해진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졌는데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싶은 욕심은 없나.
“그런 마음은 있지만 욕심은 안 내려고 한다.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
-연봉 샐러리캡은 올려야 할까.
“올라가는 게 좋지 않을까. 선수 연봉이 높아지면 책임감이 커져서 성과를 더 내려고 할 것이다.”
-다음 시즌 현대건설에서 이다영이 FA(자유계약)로 나갈까.
“안 가면 우리로서는 좋지만 선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다영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본 적 있나.
“예전에는 선수 생활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은 하는 데까지 해 보고 싶다. 예전에는 은퇴 후 체육 선생님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애견카페를 해 볼까 생각 중이다.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서 세 마리를 키운다. 한 마리는 포메라니안, 두 마리는 닥스훈트다.”
-오른팔에 부모님을 향한 타투가 새겨져 있는데.
“나는 부모님이 없으면 안 된다. 부모님이 제일 먼저다. 부모님은 항상 어디 가면 내 딸 배구선수라고 자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