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광현 공백, '퍼펙트맨' 김태훈이 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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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가 자랑하던 특급 셋업맨에서 선발로 변신하는 프로 12년 차 좌완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작년 8월 15일 SK 와이번스는 3위 두산 베어스에게 9경기 앞선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SK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의심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SK는 한 달 반 동안 두산에게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고 플레이로프에서도 키움 히어로즈에게 3연패를 당하며 최종순위 3위로 시즌을 마쳤다. SK로서는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2019년이었다.

SK는 빼앗긴 챔피언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작년 정규리그에서 나란히 17승을 올리며 비룡군단의 막강한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계약을 포기한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까지 합치면 SK는 작년에 비해 무려 43승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SK는 산체스와 소사의 자리에 각각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를 영입했지만 13년 동안 136승을 따내며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광현의 공백을 쉽게 메울  수는 없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내심 올해부터 선발로 변신하는 이 선수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셋업맨으로 믿음직한 활약을 펼쳤던 '퍼펙트맨' 김태훈이 그 주인공이다.
 



 

33년 만에 나온 고교야구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

KBO리그에서는 38년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25회, 노히트노런이 14회 나왔다. 하지만 한 투수가 한 경기를 완투하면서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퍼펙트 게임'은 1군 경기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9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이용훈(롯데 2군 투수코치)이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9이닝을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KBO리그에서 나온 유일한 퍼펙트 게임이었다.

고교야구에서는 KBO리그 초창기에 활약했던 권영호와 이길환을 비롯해 총 10명의 선수가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바 있다. 그리고 2008년 구리 인창고의 김태훈이 미추홀기 16강에서 부경고를 상대로 9이닝15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한 이후 10년이 넘게 고교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나오지 않았다(당시 김태훈의 퍼펙트게임도 1975년 유한공고의 황기선 이후 무려 3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퍼펙트맨'으로 불리며 단숨에 인천경기 지역의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김태훈은 1차지명을 받고 2009년 연고팀 SK에 입단했다. SK팬들은 입단 2년 만에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로 떠오른 김광현과 '퍼펙트맨' 김태훈으로 구성된 좌완 원투펀치의 활약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김광현과 김태훈이 SK의 선발진을 이끄는 장면은 끝내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팔꿈치 통증에 시달린 김태훈은 곧바로 수술을 받으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26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2012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상무에서도 어깨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부진했던 유망주가 군복무를 계기로 숨어 있던 잠재력이 폭발했다는 흔한 스토리도 김태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김태훈은 상무 전역 후에도 1군과 2군을 드나들면서 8년 동안 42경기에 등판해 3패1홀드 평균자책점5.4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의 잦은 부상으로 임시선발로 기회를 잡은 김태훈은 2017년 5월 26일 LG 트윈스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9년 만에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태훈은 다이아몬드 복귀 후 다시 불펜으로 내려갔고 2017 시즌도 2승2패3홀드6.53으로 마쳤다.

올해부터 선발 변신, 김광현 자리 메울까

김태훈은 2018년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에게 슬라이더를 전수 받았다. 그리고 완성도가 떨어지던 체인지업과 싱커로 타자들을 상대하던 김태훈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인 2018년 전혀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2018년 61경기에 출전한 김태훈은 94이닝을 던지며 9승3패10홀드3.83의 성적으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김태훈의 진가는 그 해 가을야구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해 3.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김태훈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SK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김태훈은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승리한 4경기에 모두 등판해 7.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1승2홀드를 적립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6차전 결승홈런을 때린 한동민이 가져 갔지만 실질적인 SK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김태훈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 대신 SK의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작년 김태훈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7세이브를 올린 김태훈은 컨디션이 흔들리며 마무리 자리를 하재훈에게 넘겼지만 셋업맨으로 돌아와 71경기에서 4승5패7세이브27홀드3.88을 기록하며 SK의 왼쪽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지난 2년 동안 13승37홀드를 책임진 김태훈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제 김태훈이 없는 SK불펜은 상상하기 힘들어 졌지만 김태훈은 올해부터 불펜을 떠나 선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다. 일단 준비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수술 후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아직 구속이 만족할 만큼 올라오지 않았지만 김태훈은 청백전 3경기에서 13이닝1실점으로 평균자책점0.69의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하재훈이라는 '신데렐라'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사실 작년 김태훈의 마무리 변신은 실패였다. 작년에는 하재훈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올해 김태훈의 선발변신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우완 일색인 SK의 선발진은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태훈의 성공적인 선발 변신이 올 시즌 SK의 성적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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