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축구? 이젠 일어나야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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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축구전통 대수술 계획안, 네덜란드 청소년 리그서 실험
드러누우면 경기시간 멈춰… 프리킥때 직접 드리블도 허용
2분·5분 등 시간별 퇴장 가능, 선수 교체는 무제한 허용


"스웨덴이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나라이긴 하죠. 잔디에 누워서 편하게 쉬다가 일어나는군요."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대한민국과 스웨덴 경기 당시, 후반 29분쯤 올라 토이보넨(34)이 김영권(30)과 살짝 부딪히고선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가 한참 뒤 미적거리며 일어서자 한 국내 지상파 중계 아나운서가 한 말이다. 이날 스웨덴은 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시답잖은 접촉에도 쓰러지며 시간을 끄는 '침대 축구'를 펼쳤다. 추가시간 4분은 스웨덴이 '침대'에 누워 낭비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한국은 반격 한번 제대로 못 하고 0대1로 졌다.

선수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짜증과 분노를 유발하는 '침대 축구'가 축구판에서 영영 퇴출당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최근 FIFA(국제축구연맹)가 네덜란드 청소년리그에 적용하기로 한 실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독일 매체 빌트는 7일 FIFA가 현대 축구 모습을 뒤바꿀 새로운 규칙 5가지를 실험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IFAB(국제축구평의회)가 내놓은 '축구 전통 대수술' 개선안이 실제 경기에 적용되는 것이다. 1886년 설립된 IFAB는 FIFA와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축구협회가 속한 기구로, 세계 축구 규칙을 제정하는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데드볼(dead ball·일시적인 플레이 중단 상황) 규정이다. 플레이가 중단될 경우 곧바로 경기 시간도 멈추며 실제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시간이 90분으로 유지된다. 이 데드볼 규정이 도입되면 침대 축구로 악명 높은 중동이 가장 치명타를 입는다. 중동은 대표팀뿐 아니라 클럽팀도 그라운드를 '침대 대용'으로 사용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다. 실제 201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당시 실제 플레이 시간이 90분 중 55분 13초에 불과했다. 반칙이나 교체 등을 구실로 흘려버린 시간이 35분이나 됐다.

터치라인 밖으로 나온 공은 손(스로인)뿐 아니라 발(킥인)로도 처리 가능해진다. 공을 잡고 던지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걷어찰 수 있게 돼 경기 템포가 빨라진다. 손보다 사정거리가 긴 발을 쓸 수 있어 패스 반경도 넓어진다. 로리 델랍(44·아일랜드)처럼 스로인 실력 하나만 뛰어난 '인간 투석기'형 선수는 살아남기 어렵다.

직접 슈팅이나 패스만 가능하던 프리킥엔 드리블을 추가로 허용한다. 새 규칙이 도입되면 데니우손(43·브라질)같이 개인기 외엔 별 특기가 없는 선수라도 프리킥을 맡을 수 있다. 수비수 입장에선 상대의 공격 옵션이 늘어난 만큼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완전 퇴장'은 물론 '시간별 퇴장'도 가능해진다. 반칙을 한 선수를 경중에 따라 2분, 5분, 10분 등 일정 시간 동안만 그라운드에서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잔여 시간 출전을 금지하는 대신 파울 수위에 따라 경중을 따지기 때문에 선수의 반발이 덜해진다. 빠진 선수도 곧 다시 들어올 수 있어서 레드카드 한 장에 경기 내내 팀 전력이 10% 가까이 줄며 승부가 기우는 상황도 드물어진다.

선수 교체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교체 카드가 기본 3장이며 연장전까지 가야 1장을 더 주는 현재에 비해 훨씬 많은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전술 변화도 쉬워지며 체력이 약하거나 나이 든 선수도 활용할 여지가 늘어난다.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아르헨티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포르투갈)가 40세를 넘기더라도 '수퍼 서브'(활약이 뛰어난 교체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FIFA는 이번 테스트에 성공하면 새 규칙을 아마추어 리그나 컵대회, 네덜란드 1부 리그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축구협회(KNVB) 대변인은 "FIFA가 네덜란드를 분만실(Kreißsaal)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독일축구협회도 "2020-2021시즌부터 헤센주 축구협회와 협약을 맺고 유소년 단계에서 시간별 퇴장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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