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인터뷰]“롯데팬들께 죄송한 마음 안고” 김사훈의 야구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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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서귀포, 고봉준 기자] 현역 유니폼을 다시 걸친 포수 김사훈(33·파주 챌린저스)의 표정은 밝았다. 기대하던 프로 재입단은 아니었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모습이었다.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의 제주도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5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김사훈은 “사실 최근까지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그런데 독립야구라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됐고, 이곳에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며 활짝 웃었다.

◆김사훈을 이끈 ‘사촌형’ 김사율

지난해 11월 김사훈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방출이었다. 지난해 단 3경기만을 뛰며 부진한 대목이 뼈아팠다. 2018년 강민호(35·삼성 라이온즈)가 이적하면서 기회가 찾아왔지만, 2년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김사훈이었다.

“방출은 결국 내 탓이었다. 기회가 왔는데 잡지 못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다른 변명 없이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고향팀이자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에서 나온 김사훈은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끝내 새 둥지를 찾지는 못했다. 한겨울 은퇴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던 김사훈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 이는 야구계 선배이자 사촌형인 김사율(40)이었다.
김사훈과 김사율은 피처럼 진한 야구 인연으로 묶인 사촌형제 지간이다. 김사훈은 경남상고에서 이름값을 높이던 김사율을 보면서 야구선수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이후 진로는 사촌형처럼 순탄하지 못했다. 명문 부산고 졸업을 앞두고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한민대 진학 후에도 외면을 받았다.

사촌동생의 앞길이 막막해지자 김사율은 자신이 있는 롯데 구단 관계자에게 육성선수 입단을 제의했고, 김사훈은 어렵사리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여가 흐른 올해. 사촌형제의 의리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하게 됐다. 2018년 은퇴 후 현재 수원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김사율은 은퇴를 고민하던 사촌동생를 위해 다시 한번 길라잡이를 자처했다.
“처음에는 (김)사율이 형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코치로 지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이 ‘선수로 더 뛸 마음이 있다면 독립야구단 입단은 어떻냐’고 제안하셨다. 아쉬움이 남아있던 나로선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파주 챌린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다만 가장으로서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주중에는 선수로 뛰고, 주말에는 사율이 형의 아카데미에서 코치로 일하려고 한다.”

◆후배들을 이끌 ‘프로 출신’ 김사훈

다시 기회를 잡은 김사훈은 이달 초 파주 챌린저스의 제주도 전지훈련으로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나이로는 가장 맏형으로 속하지만, 훈련 내내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사훈은 “이곳으로 오니 대학교 때 프로로 가기 위해 가졌던 절실함 마음이 다시 생겼다. 쉽게 말해 초심이 생기더라. 나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후배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짝 다가와 주고 있다. 궁금한 부분도 많은지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온다. 나도 프로에서 얻은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응 과정을 설명했다.

김사훈은 인터뷰 말미 자신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두 존재를 마음 한켠에서 꺼내들었다.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준 아내와 롯데팬이었다.


김사훈은 “사실 새 직장을 구하면서 아내가 가장 힘들어했다.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생계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런데도 내가 독립야구단 선수로 뛴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해줬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응원해준 롯데팬들을 향한 진심도 잊지 않았다.

김사훈은 “롯데팬들께는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다. 입단 후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 제대로 보답해드리지 못했다. 새로운 곳에서 도전을 이어나가게 된 만큼 롯데팬들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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