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서로 도와 코로나 이겨내야죠”
“한국에 오랜 시간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건은 처음이다. 하지만 팀을 남겨두고 나만 미국으로 갈 수는 없다.”(KCC 찰스 로드)
“미국에 있는 아들과 딸이 자꾸 돌아오라고 한다. 그래도 선수단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코치로서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는 건 무책임하다.”(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 코치)
남자 프로농구는 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4주간 리그를 중단했다. 불안함을 느낀 몇몇 외국인 선수들은 사태 초기 리그를 완전히 떠나거나 리그 중단 기간 동안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택했다. 하지만 한국농구연맹(KBL) 장수 외국인 로드(35)와 클라크 코치(45)는 한국에 남기로 했다.
로드는 “상황이 좋아지면 리그가 빨리 재개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 나 혼자 미국으로 갈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KT, 전자랜드, KGC, KCC 등 4개 팀을 거치며 KBL에서만 9시즌을 뛰고 있는 로드는 평소 유별난 한국 사랑을 드러내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의 또 다른 고향인 한국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역시 KBL에서 9시즌을 뛴 클라크 코치는 이번 시즌 중반 현대모비스에서 지도자로 데뷔했다. 선수 시절 성실한 태도와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나는 이 팀의 선수가 아니고 코치다.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를 관리한다. 코치라는 사람이 혼자 미국으로 떠난다면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두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KBL 리그 중단의 결정적인 계기는 KCC 선수단이 묵은 전북 전주 소재 호텔에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로드는 “경기가 끝난 뒤 기분 좋게 라커룸에 들어왔는데 모두의 휴대전화에서 재난 문자 알림이 울리더니 다들 웅성대기 시작했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클라크 코치는 “(코로나19 확산이) 걱정이 되긴 한다. 밀폐된 공공장소 출입은 최대한 꺼리고 가능하면 집에만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고통받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클라크 코치는 “나라가 힘들수록 서로 힘이 돼줘야 한다. 대구경북의 의료진 분들이 지금 가장 바쁘고 힘들 것 같은데 힘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드 역시 “한국 뉴스에서 의료진이 고생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한국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들게 일하는 모습에 존경심을 느끼고 있다. 모두 하나가 돼서 난관을 이겨내기 바란다”고 말했다.